장염으로 2Kg이 빠졌다는 친구의 말에 부러워했던 나

부디, 제 블로그에 오셔서 이 글을 읽으시는 시각이 식사 시간은 아니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혹시, 뭔가를 지금 드시고 계시다면 이 글은 잠시 패스하셔도 좋습니다. ^^

오전 8시 30분까지 출근해야 하는 평범한 직장인 5년 차입니다. 이른 아침, 분주하게 출근 준비를 하고 집을 나서려는 순간, 알 수 없는 복통으로 인해 화장실을 여러번 들락날락 거렸습니다. 
(실로, 이럴 때가 가장 난감합니다.)

어느 덧, 시각을 보니 지금 급하게 달려 나가면 운 좋게 지각을 면할 수 있겠더군요. 그렇게 바쁘게 부랴부랴 준비하고 나서는데 지하철을 타고 가면서도 배 속에서는 난리가 났습니다.  꾸루룩- 거리는 소리와 함께 '난 지금 이 안에서는 갑갑해서 더 이상 못견디겠으니 세상의 빛을 보게 해 달라' 라며 시위가 한창입니다. 지금 내리면 지각이 확실한데, '어쩔 수 없다-' 는 생각에 시위를 제압하지 못하고 냉큼 내려 화장실로 향했습니다.


 
그들은 세상의 빛을 봤으니 후련할 지 모르나, 그렇게 다시 지하철을 타고 가면서도 내내 마음이 편치 않았습니다. 그렇다고 왜 10분 늦었냐- 라는 이유로 손가락질 하거나 한 마디 하실 분은 없는데도 직장생활 5년차에도 불안하고 초조한 건 어쩔 수 없는거죠. 끄응-

헌데, 이 들은 한번으로 만족 할 수 없었나 봅니다. 그렇게 회사로 향하기 까지 세 번을 중간 중간, 역에서 내려 화장실로 향했습니다. 어쩔 수 없는 생리현상이려니- 하고 출근을 하고 업무를 하는 동안에도 복통은 더욱 심해져 왔습니다. 순간, 제 머릿속을 지나가는 한 음식. 전날 밤에 먹은 낙지볶음과 아이스크림. 
매운 음식에 약한 편인데 낙지볶음을 너무 맛있게 먹은 게 탈이 난 모양입니다. 

먹을 때만 해도 참 좋았는데-


신경성 장염인가? 이런 건 다 내가 어떻게 마음을 먹느냐에 따라 바뀔 수 있으니 참아보자- 라며 외부 손님을 맞이하며 업무 이야기를 나누고 점심으로 손님이 적극 추천해 주는 평소에 결코 즐겨 먹지 않는 생태탕을 또 맛있게 먹었습니다. 

다행히 외부 손님을 그렇게 보내고 회사로 올라오자 마자 쏟아 내기에 바빴습니다. 위로, 그리고 아래로. 속이 이미 매워서 끙끙 거리고 있는데, 생태탕으로 한 번 더 자극을 준 셈이 되어 버린 것 같습니다.

회사로 나와선 다시 생글생글 웃고 있으니 어느 누구도 제가 아프다는 것을 가늠하지 못했었나 봅니다. 아파서 병원에 가야 된다고 하니 '에이- 거짓말' 이라는 표정으로 저를 바라보는 눈빛이 그리 얄미울 수가 없습니다. 병원에 가기 위해 병원을 예약하려고 하니 지금은 점심 시간이기에 2시 30분이 되어야 한다는 간호사의 이야기를 듣고 도저히 안되겠다 싶어 반차를 내고 병원으로 향했습니다. 
걷는 것도 힘겨울만큼 다리가 후들거리더군요. (정확히는 걸을 때마다 쏟아져 나올 것만 같아 걷기가 힘들었습니다 -_-^)

그렇게 1시간을 병원 점심시간이 끝날 때까지 기다리다 의사 선생님을 만나 진찰을 받아 보니 장염이 의심되지만 정확한 검사를 위해 X-ray촬영과 혈액검사를 권유하셨고 검사를 받고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복통을 덜어주고, 수분을 보충하기 위한 링거를 맞는 것을 권유하였습니다.

한번도 수술이나 입원 경험이 없는 지라, 링거 주사를 보자 마자 기겁하고 말았습니다. 일반 주사와 달리 바늘이 제 몸 속에 꽂혀 링거액이 다 내려갈 때까지 달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 의외로 공포스럽더군요. 

하지만, 그보다 더욱 공포스러운 멘트가 있었으니...
바로 오로지 흰죽과 물만 먹으라는 의사 선생님의 멘트입니다.

오늘로 네 그릇째 흰죽-


검사결과는 세균성 장염. 이미 혈액 속에는 평균 백혈구 수치의 두 배 가량이 세균과 혈투를 벌이고 있더군요.

집으로 돌아오면서도 어떻게 지하철을 타고 돌아왔는지 정확히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그런 와중에 왜 뜬금없이 눈이 오는 건지 말입니다. 그렇게 집으로 돌아와 자고 또 자고, 물마시고 또 쏟아 내고, 죽 먹고 약먹고, 자고, 또 물마시고, 쏟아 내고.

다이어트에 한참 열을 올리던 시기, 장염으로 2Kg이 쏙- 빠졌다는 친구의 말에 웃으며 "정말? 우와- 나도 장염 걸리고 싶다" 는 농담을 했던 제 자신이 참 창피하더군요. 이 와중에 옆에서 동생은 맛있게 끓인 된장찌개와 밥을 먹고선 후식으로 과일을 곁들이고 있네요. (동생인가, 웬수인가-)
평소 같으면 정말 냉큼 참지 못하고 달려 들었겠지만, 장염의 효과인가요? 저렇게 맛있는 음식을 보고도 전혀 식욕을 자극하지 않으니 말입니다. (제 인생에 이런 날이 올 줄은)

흰죽을 벗 삼은지 이틀 째, 이렇게 시간은 흘러 갑니다. 끄응-
"건강할 때 잘 챙겨라" 라는 어른들의 말씀이 오늘따라 더욱 마음에 와닿습니다. 

여러 번 들어도 지나침이 없는 말, 모두 건강 조심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