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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꿈꾸던 이상형, 막상 그 이상형을 만나 보니

· 댓글개 · 버섯공주

지금으로부터 4년 전 남자친구와 제가 처음 만나 첫 데이트를 즐길 당시, 단 한번도 연애 해 본 적 없다고 했던 남자친구. 문득, 그 때가 떠오르네요. 당시에는 제가 남자친구에게 높임말을 사용했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우습기도 하고 당시의 그 모습이 애틋하기도 하네요.

"에이- 거짓말. 진짜? 한번도 연애 해 본 적 없어요?"
"진짜야- 왜 못믿는거지?"

드라마나 영화의 영향을 받아서 였을까요? 혼자 사뭇 이상형에 대한 상상의 나래를 펼치곤 했었습니다. 뒤돌아 가는 여자의 손목을 끌어 당기며 뒤돌아 키스하는 장면을 보며 "꺅-" 소리를 지르기도 하고, "넌 그냥 나만 믿고 따라와" 라는 자신감에 가득 찬 남자의 모습을 보며 '그래! 저거거든!' 을 외치기도 했습니다. 
자상한 남자도 좋지만 계획성 있고 자신감에 가득찬 남자다운 남자를 선호했던 것 같습니다.

집에서 항상 맏이로 책임감 있게, 리더십 있게 행동하는 것에 대해 철저하게 교육을 받아서라고나 할까요. 누군가 강요한 것도 아닌데 알아서 척척- 해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 탓이라고나 할까요. 학생일 때부터 어떠한 일을 처리함에 있어 타의 혹은 자의로 항상 리더의 역할을 맡아 왔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늘 연애에 있어서 만큼은 적어도 꼭! 저보다 더 리더십 있고 책임감 강한 남자를 만나고 싶다고 생각해 왔습니다. (약속도 잘 지켰으면 좋겠어, 시간관념도 분명했으면 좋겠어. 불라불라... 추가 희망사항까지 끄적이며 이상형을 그려 나가다간 그 끝을 알 수가 없죠)


"뭐 드시고 싶으세요?" "어디가 좋을까요?" 라는 배려심 깊은 어투의 다정다감한 질문도 좋지만, 그보다는 "혹시, 고기 좋아하나요? 어디에 위치한 어느 식당이 굉장히 맛있는데 같이 가실래요?" 라는 질문을 더 좋아합니다.

마찬가지로 "오늘은 뭐하고 놀지?" "뭐 갈만 한 곳 없어?" 라는 질문보다는 "인터넷으로 보다 보니 어디 좋다고 하더라. 오늘 거기 가보지 않을래?" 라는 질문을 더 좋아하죠. 
그렇게 제가 선호했던 자신감있고 책임감이 강해 보이는 그리고 주도적으로 먼저 저를 이끄는 이상형의 남자친구를 만났다는 확신이 드는 순간, 두둥! 이런 변덕이 또 있을까요.
이젠 또 그 행동이 너무 선수 같아서 싫다는 생각이 머릿 속을 맴돌았습니다. (분명 선수야- 선수가 아니고서야;)

너무나도 매너있게 행동하던 남자친구를 보며 내심 '선수 아니야?' 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실전은 잘 몰라도 이론만큼은 나름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저 였으니 말이죠. 처음엔 '하는 행동을 보니 딱 선수네-' 라며 의심의 눈초리로 그를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첫 데이트가 끝나갈 즈음, 고해성사라도 하듯 데이트가 처음이라 많이 부족했던 것 같다며, 그래도 나름 미리 준비해서 잘 하려고 한건데 미안하다고 말하는 남자친구를 보고서야 '아차!' 싶더군요. 
혼자 열심히 데이트 계획을 짜고 준비한 남자친구에게 '선수'라며 치부해 버렸던 제 모습이 새삼 부끄러워지더군요. 

늘 집안의 가장이니까- 내가 이 집안의 맏이니까- 라는 생각으로 누군가가 결코 강요하지 않았음에도 제 자신이 만든 책임감과 압박감으로 힘에 겨워 했었습니다. 헌데, 막상 제가 그리는 이상형이 그 무거운 책임감과 리더십을 가진 남자라니... 뭔가 아이러니 하죠?

"난 괜찮아. 난 잘 할 수 있어. 난 강하니까." 라는 생각 뒤에 가려진 어느 한켠에서는 "하지만, 가끔은 목놓아 울고 싶다"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던 제 모습이 새삼 떠올랐습니다.

그런 제게 있어 지금의 남자친구는 따뜻한 쉼터가 된 듯 합니다. 

더불어 제게 있어 꼭 한가지! 결혼을 해서도(연애를 하면서도) 오래도록 간직하고픈 마음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집안의 가장으로 무거운 어깨에 힘겨워 했던 제 모습과 그 마음가짐입니다.

그 누군가의 강요도 아니고, 제 자신이 만들어 놓은 그 책임감과 압박감으로 힘에 겨워 했던 것 처럼 (가족을 책임져야 한다는 그 마음이 무척 컸으니 말이죠) 결혼을 해서 한 가정을 꾸리게 된다면 분명 그 책임감과 압박감이 자연스레 제 남자친구, 남편에게 고스란이 전이 될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실로 연애 기간이 길어짐에 따라, 점점 결혼 적령기가 다가옴에 따라 남자친구의 어깨가 무거워 지고 있다는 것을 실감합니다. 

 마치, 아버지를 보는 것처럼 말이죠. 언젠가 사업에 실패하고 많이 힘겨워 하셨을 즈음, 두 딸을 붙들고 미안하다며 눈물을 떨구시던 모습을 똑똑히 기억합니다. 분명 아버지가 저희에게 미안해 해야 할 분명한 이유는 없었는데도, 가장으로서 가족을 부양해야 한다는 무거운 책임감이 만들어낸 미안함이었겠지요. 그리고 모든 아버지의 마음이 그렇겠지요.

요즘도 가끔씩 "지금은 내가 부족하지만..." "내가 언젠가는..." "내가 책임지고 끝까지..." 라는 표현을 하는 남자 친구입니다.


"역시 우리 오빠가 최고야" "우리 언젠가는" "우리 책임지고 서로 끝까지" 라는 표현을 자주 씁니다. 이런 표현을 쓴다고 하여 크게 바뀌는 것이 있을까- 싶기도 하지만, '남자니까- 가족을 부양해야 하니까- 내가 가장이니까-' 라는 무거운 책임감을 조금은 덜어 줄 수 있지 않을까- 함께 그 책임감을 나눠 가진다면- 이라는 생각으로 이야기를 나눌 때 '우리' 라는 표현을 자주 씁니다.

정말 그러네요.

제가 꿈꾸던 이상형은 결국, 저보다 리더십 강한 사람, 책임감 강한 사람이 아니라 서로의 무거운, 힘겨운 부분을 보듬어 주고 감싸 줄 수 있는 사람이었나 봅니다.

여러분의 이상형은 어떤 사람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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