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설, 그리고 그 후... 쓰레기 동네로 변신?

지난 4일, 폭설이 내린 후 뜻밖에 새해 첫 출근부터 지각을 하는 불상사가 생기고 말았습니다. 허둥지둥 바쁘게 발걸음 하다 뒤로, 앞으로 넘어지기도 했습니다.

실로 제가 태어나서 이토록 원없이 눈을 본 건 처음인 듯 합니다. (9년 전 까지만 해도 따뜻한 아랫지방에 있다 보니 특히나, 눈을 볼 기회가 없었죠) 보통 지금까지 눈이 왔다- 싶으면, 적어도 2-3일이면, 금새 녹아 없어지곤 했는데 이번엔 얼마나 어마어마한 양의 폭설이었는지를 실감할 수 있을만큼 4일이 지난 지금까지도 곳곳에서 수북히 쌓인 눈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1주일 이상은 거뜬히 눈을 볼 수 있을 듯 하네요. 제 입장에선 무척 신기하기만 합니다. 
 
오늘은 4일이 지난 시점이지만, 사진 촬영일자 기준일은 폭설이 내린 시점에서 3일 후라고 먼저 언급해 드립니다. 자, 퀴즈를 내보죠.

아래 사진을 보고 맞춰보세요. 여기가 어디일까요? 


실로 이보다 더 심한 곳이 많이 눈에 띄어 사진을 찍고 싶었으나 지하철 내 많은 사람들이 타고 있었기에 찍을 수 없었습니다. 신문을 비롯하여 어디서 난 건지 출처를 알 수 없는 짝 없는 장갑과 각종 쓰레기로 추정되는 이물질들이 지하철 바닥에 이리 저리 굴러 다니고 있더군요.

어렸을 적, 제게 눈은 무척이나 하얗고 깨끗한 것이라고 아름다운 것이라고 기억되어 있었습니다. 지금은, 글쎄요. 여전히 아름다운 것이라고 엄지 손가락을 올리며 감탄사를 뱉어내기에는 뭔가 찝찝해지네요.
 
바로 이러한 부분들 때문에 말이죠.
늦은 시각, 퇴근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서 본 곳곳에 흩어져 있는 쓰레기와 눈에 쌓인 채, "나 쓰레기 아니에요" 하고 얌체처럼 숨어 있는 쓰레기들을 보고 있자니 뭔가 답답하기도 했습니다.
하얀 눈더미에 파묻혀 있는 쓰레기가 어찌나 더러워 보이던지...

쓰레기를 수거해 가야 하는 차량도 폭설로 인해 운행에 차질을 겪다 보니 3일간 동네가 쓰레기 동네로 변신해 버리더군요. =.=

우리를 어서 치워주세요-


대로를 중심으로 뒤덮고 있던 눈을 한쪽으로 몰아 깨끗하게 정리가 된 곳이 있는 반면, 아직 곳곳의 골목길은 '내가 왜 눈을 치워야 해?', '눈 녹을 때까지 그냥 기다리면 되지 뭘' 하는 이기적인 생각으로 인해 여전히 눈으로 뒤덮혀 있습니다. 대형 사무실과 건물이 대단위로 위치한 강남 인근과 일반 주택가가 밀집되어 있는 골목길과는 그 차이가 확연히 드러나네요.



눈이 녹으면서 드러나는 곳곳의 쓰레기 잔해들과 추적거리며 녹아내리는 눈 사이로 안일한 이기주의가 만들어낸 빙판길. 그 위로 걷다가 넘어지다가를 반복하고 나니 눈 오는 날이 마냥 즐거운 것만은 아니구나- 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제 저도 더 이상 눈을 보고 환호성을 외치던 어린 아이가 아닌가 봅니다.
(이거 좋아해야 하는 건지, 슬퍼해야 하는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