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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진 누락, 진급하지 못해 속상한 당신에게

· 댓글개 · 버섯공주

진급하지 못해서, 혹은 승진하지 못해서 속상한 후배에게

공채 합격! 공채로 저와 함께 입사한 남자 동기가 있었습니다. 첫 사회생활이라 설렘과 함께 낯설음을 느끼며 함께 입사하여 투닥투닥 거리며 함께 일을 배워 조금씩 회사에서 자리를 잡았습니다. 

함께 입사한 동기라는 점에서 서로에게 든든한 같은 편이었죠. 그러다 동기와 사이가 나빠지게 되는 계기가 있었으니. 바로 4년 뒤, 승진자 발표. 



전 사원에서 대리로 진급하지 못했지만 입사 동기인 그는 대리로 단번에 승진을 했습니다. 함께 입사했으나 군대를 다녀온 남자라는 이유로 연봉을 500만원 더 받았다는 사실도 뒤늦게 알게 되어 굉장히 뿔이 났었죠. 그리고 이번에도 저보다 먼저 승진했다는 사실에 꽤나 심술이 났습니다.

저보다 4살 위인 오빠였음에도 함께 입사한 입사 동기라는 이유로 마음 속으론 '쟤' 라고 부르며 크게 분노하였습니다. 

'내가 쟤보다 못한 게 뭐야?'

어느날, 인사고과자인 상무님이 술자리에서 허심탄회하게 이야기 하시더군요.

"너보다 OO이가 먼저 대리로 진급해서 속이 타냐?"
"솔직히 속이 타죠. 같이 공채로 입사해서 남자라는 이유로 연봉 테이블도 다르게 책정된데다 이번엔 진급도 누락이 됐는걸요."
"다 부질 없다."
"굉장히 불쾌해요. 솔직히. 제가 업무적으로 OO이보다 부족한 부분이 뭔지 이야기를 듣고 싶어요."
"너가 업무적으로 OO이보다 부족한 부분은 없어. 단순히 업무적으로 역량이 부족하다거나 모자라서 진급이 누락된 건 아니니 그런 걸로 속상해 하지 마라. 지금 당장은 1년 먼저 대리 달고 못달고가 크게 느껴지겠지만, 좀 더 시간이 지나면 정말 별 의미 없다는 것을 알게 될거야."  



매해 진행하는 연봉 협상이라지만, 일방적인 연봉 통보. 진급 통보. IT 회사라고는 하지만 다소 보수적인 회사 문화에 높은 연령대의 임원 아래 속이 꽤나 답답했습니다. 

대리를 1년 늦게 달아서 뿔이 났던 저는 어느새 차장이라는 직책에 위치해 있습니다. 무려 그 일이 있은지 10년 이라는 시간이 흘러 있네요. 

사원에서 대리로 진급이 누락되었다며 이 회사 더 못다니겠다고 발을 쿵쿵 굴리던 때가 바로 엊그제 같은데 그 불평 불만 가득한 회사를 15년째 다니고 있습니다. 

그리고 당시 고과를 해 주셨던 임원분은 다른 회사로 가셨어요. 아직 연락을 주고 받을 정도로 저에게 좋은 멘토 역할을 하고 계십니다. 

사원-대리-과장-차장-부장-임원

각 회사마다 승진 하는 체계가 조금씩 다르고 직책도 다르겠지만 제가 다니고 있는 회사의 구조는 위와 같습니다. 제가 하고픈 말은 그 당시에는 몰랐지만 지금은 알 수 있는 조금은 불편한 이야기를 할까 합니다.

요즘은 회사 문화가 많이 바뀌어 여성과 남성 연봉 체계를 동일하게 책정하는 회사도 많지만 아직도 보수적인 문화로 다르게 가는 회사도 일부 있는 것 같습니다. 
(저희 회사도 뒤늦게 남녀 동일하게 바뀌었네요)

처음엔 '여자 VS 남자' 로 회사에 대한 불만, 나아가 한국에 대한 불만이 컸는데 나중에 좀 더 시간이 흐르고 나니 보이더군요.

'여자 VS 남자' 가 아니라 '군필자 VS 미필자' 의 차이였다는 것을. 실제 군대를 다녀오지 않은 남자 직원에 대해 금액을 다르게 책정한 사실을 알고 나서 그 전만큼 크게 진노하지 않았습니다. 남녀차별이 아니라, 국방의 의무 이행과 불이행의 차이였음을 깨달았으니 말이죠. 



그리고 또 하나. 진급에 대한 부분. 
사원에서 대리로 진급할 때 1년 늦게 달았다는 사실에 무척이나 크게 화가 났었는데 이 역시. 그때는 몰랐으나 시간이 지나고 나니 '업무 역량이 부족해서 그런건 아니야.' 라는 말씀을 알 것 같더군요. 

팀웍의 부분이었습니다. 나만 잘났소- 내 일만 깨끗하게 끝내면 되지 뭐- 라는 생각에 갇혀 있었던지라, 숲을 보지 못하고 나무만 보고 제 업무만 끝내고 퇴근하곤 했습니다. 

주어진 업무 시간만큼 일을 하고 퇴근하는데도 인사고과상 불이익을 받는다고 생각했지만 실은 그게 아니라, 제 다음 단계에서 진행되어야 하는 업무를 생각해서 연계된 업무 담당자와 교류를 하고 업무적으로 진행 상황을 공유해야 함에도 그런 역할을 제가 잘 하지 못했더군요. 


그 땐 보이지 않았는데, 시간이 흐르고 업무 범위가 넓어지고 깊어짐에 따라 보이더군요. 그리고 차장이라는 위치에 올라서고 나서야 직책이 올라감에 따라 얼마나 많은 책임이 따르는지 알게 되었습니다. 

막내로 있을 때는 위에서 시키는 일만 하고, 모르는 건 바로바로 물어 해결 할 수 있었지만 직급이 올라감에 따라 위로 묻기 보다는 직접 찾아서 해결해야 하고 누가 시키지 않아도 먼저 해야 할 일을 찾아서 하는 능력도 중요하더군요.

"차장님. 사원 진급에서 누락됐어요. 저 회사 못다니겠어요."

막내 사원이 울먹이며 세상 다 끝난 것처럼 이야기 하는 것을 보니 문득 어렸을 적, 제 모습이 떠올랐습니다. 

지금까지 회사를 위해 내가 한 일이 얼마나 많은데... 라는 본인의 기준에서 생각하니 더 속상하고 억울하지만, 단순 진급 누락이 큰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더 많은 시간이 지나면 알게 되겠죠.

그리고 나아가 본인의 인생에 회사가 전부가 아니라는 것도. 시간이 더 지나면 알게 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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