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지방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서울에 위치한 4년제 대학교에 입학해 휴학 한 번 없이 졸업했습니다. (휴학 한 번 없다는 말은 흔히들 가는 어학연수를 한 번도 다녀오지 않았다는 뜻이지요) 제 목표는 오로지 하나였습니다.
돈. 돈. 돈.
집안의 가장이었기에 가족의 생계를 책임져야 한다는 생각이 컸기에 동생과 어머니에게 든든한 버팀목이 되고 싶어 졸업을 앞둔 마지막 학기에 최종 합격을 했습니다. 대학생활 동안 어떤 것을 배웠나요? 라는 질문을 들을 때면 종종 난감해집니다. 학업을 충실히 마쳤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수업 사이 사이 틈틈이 아르바이트를 하며 돈의 실질적인 흐름을 배웠던 것이 더 많고 크기 때문이죠.
그렇게 첫 직장을 지금까지 다니고 있습니다.
"어떻게 한 직장에서만 그렇게 오랜 시간 직장생활을 할 수 있는건가요?"
저는 뭐든 하나 시작하면 좀 끈질기게 하는 듯 합니다. 전제조건은 좋아하는 분야라면 말이죠. 조금은 민망하지만 고등학교를 졸업함과 동시에 환호성을 질렀습니다. '드디어 돈을 벌 수 있다!' 라면서 말이죠. (어서 어머니를 도와야 한다는 생각이 컸어요) 수능을 마치고 학교, 학과를 선택할 때도 최우선순위는 '무엇을 배우면 내가 돈을 많이 벌 수 있을까?' 였습니다. 이과가 아닌 문과였기에 선택의 폭은 제한적이었죠.
졸업을 하며 학사를 2개를 취득했는데 하나가 경제학사, 다른 하나가 부동산학사 입니다. (아쉽게도 3학점이 부족해 경영학사는 취득하지 못했어요)
돈과 무관하지 않은 수업이다 보니 무척 재미있게 임했습니다. 졸업 후, 취직한 회사의 부서도 재무팀입니다. 모두 돈으로 연결되어 있죠. 돈에 대해 잘 알고 있으면 돈을 쫓아 힘들지 살지 않을거라는 생각에 시작한 배움이 직장인이 되어서도 고스란히 이어져 실제 많이 배우고 있고 재미있습니다. 하지만 직장생활의 어려움을 다들 잘 알듯이 보통 이직 고민 하는 시점은 업무에 대한 어려움보다 사람에 대한 고충에서 시작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직장생활은 사람과 사람간의 관계이다 보니 말이죠.
저 역시, 직장 내 사람과의 관계로 이직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제 결론은 제 업무에 대한 어려움이 아니라면, 그래도 버티자! 였습니다. 저 사람 때문에 내가 좋아하는 일을 내려 놓고 좋아하는 회사를 포기하기엔 아쉽다는 생각에서 말이죠. 결론은, 실제 그 사람이 먼저 회사를 그만뒀습니다. 한 분은 평판이 좋지 않아서 회사에서 구조조정되었고, 다른 한 분은 육아휴직 후 자연스레 퇴사를 하게 되었습니다.
버티는 사람이 승자다! 거기서 다시금 깨닫습니다.
버티다 보니 쌓인 경력과 업무 능숙도 만큼 직급이 올라갔고 직급이 올라가니 더 이상 사람간의 관계 때문에 힘들 일은 그리 없더군요. (보통 신입사원, 대리 직급에서 가장 많이 힘들어 합니다) 업무를 해야 할 시간에 업무를 완수하고 칼퇴합니다. 제가 업무에 능숙해지고 직급이 올라간만큼 회사도 중견기업에서 대기업으로 자리매김하고 더 커져 있었습니다.
아직 신입사원인 신랑이 보면 '너무 날로 먹는거 아니야?' 라고 이야기를 하지만, 능숙도의 차이라고 이야기를 합니다. :)
이과인 동생은 저와 반대로 오로지 수능점수에 맞춰 학교와 학과를 선택했습니다. (건설학과 VS 컴퓨터공학과, 결국 컴퓨터공학과로-) 저와 마찬가지로 4년제 인서울 대학교를 졸업했지만, 상위권 대학교가 아니었고 개발업무 능력이 출중한 것이 아니다 보니 취업을 하는데 애를 먹었습니다. 그래서 게임회사에 취직을 하지만 그런 회사도 있었어? 싶은 작은 회사에 취직을 했습니다.
결론을 이야기 하자면, 지금 동생은 게임회사라면 누구나 알 수 있는 큰 게임회의 개발자로 일하고 있습니다. 취직 후, 2년간 이름 모를 회사를 쭉 다니던 동생은 이직 준비를 해 조금은 큰 규모의 회사로 옮겼습니다. 그래도 여전히 작고 위태위태로워 보이는 게임 회사였죠. 적은 월급 받으며 밤 늦게까지 야근을 하고 퇴근하는 동생을 보며 무척 안쓰러웠습니다. 심지어 그렇게 힘들게 야근을 하고 집으로 돌아와서도 바로 잠들지 않고 컴퓨터 앞에 앉아 한참을 개발하고 공부를 하고 있어서 회사에서 무척이나 힘들게 일을 시키는구나- 라고 생각했습니다.
나중에 판교에 있는 그 큰 게임회사에 합격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나서야, 아, 그 동안 열심히 자기개발을 하고 능력을 쌓았구나- 라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동생은 여기저기 티내지 않고 묵묵히 6개월 이상을 밤잠을 줄여가며 개발 공부를 했습니다. (가족인 저도 몰랐었어요;;)
처음부터 돈이 좋아서 돈과 관련된 학과, 업무를 시작한 케이스가 저이고, 요즘 표현대로 1도 모르고 시작했다가 파고 파다 보니 지금의 유명 게임회사의 개발자가 된 동생. (복지가 정말 좋은 회사더군요)
동생과 저의 공통점은 뭘 원하는지 분명히 알고, 그에 맞춰 움직였다는 것이겠네요. 한 사람은 버티기로 근속연수를 길게, 한 사람은 목표하는 바를 이루기 위해 끊임 없이 노력해서 이직 성공.
이직을 생각중인가요? 이직고민하는 이유를 먼저 생각해 보세요. 회사와 업무는 괜찮은데 사람이 싫어서 그만두려는 것이라면, 그 사람이 더 오래 다닐지, 본인이 더 오래 다닐지 생각해 보세요. 도저히 버틸 자신이 없다면 그만두어야겠지만 그것이 아니라면 신중 또 신중하세요. 다른 회사에서는 그런 XX 같은 사람이 없을거라는 보장이 없습니다.
반대로 새로운 일을 해 보고 싶거나 다른 회사를 생각하는 것이라면 관련 일에 종사하고 있는 사람들을 먼저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고 결정하세요. 그리고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팁을 얻고 파고 또 파세요.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이직하는 것이 아니라, 기존 회사를 다니면서 이직 준비를 철저하게 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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