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일상 속, 광고 하나에 코 끝이 찡해진 사연

새벽 6시, 온몸이 찌.뿌.둥. 해서 좀처럼 일어나기가 힘듭니다. '어제 너무 열심히 일 한 거 아냐? 아- 좀 쉬어 줘야 되는데' 라는 농담반 진담반의 생각을 하며 온몸에 이불을 돌돌 감고선 이쪽으로, 그리고 저쪽으로 데굴데굴 굴러 봅니다.

박효신의 달콤한 목소리가 생생하게 제 귓가에 들립니다. 제 폰 알람이 어느 덧 6시 10분을 알리고 있습니다. 이불 속에서 손만 내밀어 폰에서 들리는 박효신의 달콤한 목소리를 끄고선 이불 속으로 온 몸을 파묻어 봅니다. 날씨가 추워지니 더욱 따뜻한 이불 속이 좋기만 합니다.

"캔디, 큰 언니 깨워"

캔디는 어머니의 말 한마디에 쪼르르- 저에게 달려와선 이불을 긁어대고 온 몸으로 저를 일으켜 세우기 위해 안간힘을 씁니다. 정말 신기합니다. 정작 일찍 일어나야 하는 사람은 저인데, 어머니가 저보다 먼저 잠에서 깨어 일어나시고, 조그만 캔디가 저보다 먼저 일어나 꼬리를 치며 이리저리 돌아다니다가 저를 깨우니 말입니다.

이 조그만 녀석의 어디에서 그런 힘이 나오는 건지 캔디가 앞발을 이용하여 저의 머리를 쿡쿡 내려 찍습니다. '그래봤자, 넌 조그만 강아지잖아!' 라는 저의 생각을 꿰뚫기라도 한 듯이 더욱 강력하게 킥을 콱 내려 찍습니다. 으악- 결국, 부스스- 하게 일어나 어머니가 내미는 냉수 한 잔을 마시곤 정신을 차려 보려 애씁니다. 그렇게 출근 할 준비를 겨우 끝마치고선 늘 그렇듯 출근 가방을 들고 집을 나섭니다.

"으이그- 조금만 더 일찍 일어나면, 아침밥 먹을 수 있는데, 왜 늦잠을 자냐"

좀처럼 잠꾸러기인 저를 깨워서 아침을 먹이지 못한 게 속상하신지, 삶은 고구마를 손으로 직접 까셔선 조그만 도시락에 넣어 회사에 출근해서 챙겨 먹으라고 하십니다. 그리고 정말 나가려고 하면 다시금, "아, 비타민 먹어야지" 하시고선 비타민 1알을 저의 입 속에 넣어주십니다.

스물 일곱의 다 큰 처녀가 쉰을 훌쩍 넘기신 어머니 앞에선 한 없이 어린 아이가 됩니다.

그리고선 집을 나서면 누가 봐도 어엿한 직장인인걸요.

그리곤 또 퇴근을 하고 익숙하게 집에 걸어 들어 오면 제일 먼저 "엄마, 집에 뭐 먹을 거 없어?" 라고 물어보며 냉장고를 열어봅니다. 밀려드는 피곤함을 달래며 샤워를 하고 나와선 챙겨주신 저녁을 맛있게 먹고선 TV를 보며 뒹굴뒹굴 거려 봅니다. 곧이어, 대학생인 동생이 집으로 와 "엄마, 배고파"를 외치고선, 지금은 시험기간이라 집안일을 도와주기 힘들다고 이야기 합니다. 어머니는 그래도 "뭐 먹을래?" 라고 물으시며 저녁을 또 다시 챙겨주십니다.

"내일은 일찍 퇴근 하면, 같이 장보러 가자" 라는 어머니의 말씀에 "아, 나 내일 남자친구 만나기로 했는데" 라며 어색한 미소를 지어 보입니다. "그래? 어쩔 수 없지, 뭐" 어머니는 무심하게 괜찮다는 듯 넘겨 버리십니다.

너무 익숙해서, 너무 가까워서, 너무 편안해서 제가 가장 소중히 여기고 사랑해야 할 저의 어머니를 잠시 잊고 있었나 봅니다.

문득, TV광고를 보시다가 어머니께서 한 마디 하십니다.

"정말 그럴 거야. 정말 저 광고가 와 닿는다."

한 아이가 휴지를 물고 뜯고 난리를 피우는 장면이 나옵니다. 제대로 눈 여겨 보지 않은 터라 "무슨 광고길래?" 하고선 넘겼는데, 출근하고 나서 문득 그 광고가 생각나 검색을 해보고선 왠지 코 끝이 찡해지며 시큰거렸습니다. 솔직히, 검색하는데도 한참이 걸렸습니다. 너무 대충 넘겨 본 탓 일까요. 문구와 장면만 간혹 떠오르긴 하는데 어느 업체 광고인지 통 기억이 나지 않으니 말입니다.


친구에게 얼핏 본 장면과 대사를 설명해 주자, 뭔지 알겠다고 하는데 어느 업체 광고인지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합니다. 그렇게 친구와 농담 삼아, "이상한 광고야- 장면은 얼핏 떠오르긴 하는데, 어느 업체 광고인지 기억이 안나" 라며 "업체 홍보 하는데는 실패한 광고 아냐?" 라며 웃어 넘겼는데 말입니다. 검색을 해서 다시금 광고 내용을 보니 정말 2009년 올해의 좋은 광고상에 선정될 만한 광고이더군요.

태어난 순간부터 일곱 여덟 살 때까지 기억이 모두 생생하게 남아 있다면 넌 아마 미안해서라도 엄마한테 함부로 못할 거다

다시금 이 광고 대사를 떠올려 보니 정말 저 말이 맞는 말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어머니께서 절 바라보시며 "정말 저 말이 맞다" 라고 하신 그 말씀이 솔직히 아직은 크게 와 닿지 않습니다만, 제가 한 아이의 어머니가 되면 지금보다 훨씬 더 절실하게 느끼게 되겠죠.

일로 바빠서, 남자친구와 연애 하느라 바빠서, 친구들 만나서 수다 떠느라 바빠서, 무척이나 소중한 어머니를 잠시 잊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오늘은 일찍 집으로 들어가 철없는 저와 동생을 키우느라 고생하신, 그리고 여전히 아낌없는 사랑을 쏟아 부어주시는 어머니의 어깨를 주물러 드려야겠습니다.

사랑합니다. 어머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