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가 저에게 "사회생활은 이런거야" 라며 이야기 해줬더라면 조금은 덜 상처받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그럼, 이렇게 사회생활을 하며, 오가는 인간관계 속에 받는 스트레스나 속상함을 마음 속에만 담아두어야 하는걸까요? 아님, 전래동화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 처럼 대나무 숲을 찾아 들어가야 하는걸까요?
성인군자처럼 "난 모든 것을 초월했다"가 아닌 이상, 억울하거나 속상한 일은 누구나 겪기 마련이며 그에 대한 속상함을 누군가에게 털어놓는 것 또한 많은 사람들이 행하는 행동 중의 하나입니다.
전 그런 대나무 숲으로 남자친구를 택했는지 모릅니다. 그 답답함을 견디지 못하고 이러쿵 저러쿵 토해냅니다.
"응. 말해."
라고 대답해 주며 잘 들어주는 남자친구를 향해 속에 담고 있던 갑갑함을 폭로하는 거죠. 이럴 때 제 타이핑 속도는 평소 800타이더니 1000타 이상을 넘어갑니다.
그렇게 모든 것을 빠짐없이 속시원히 털어냈다 싶은 순간, 남자친구의 반응.
"그래서 결론이 뭐야?"
"요점만 얘기해봐"
남자친구의 이 반응에 전 '뻥'하고 웃음을 터뜨릴 수 밖에 없었습니다. 제가 웃음을 터뜨릴 수 밖에 없는 이유는.
한 책에서 읽었던 여자와 남자의 다른 점이 언급되어 있었는데, 마치 그 책을 읽고 그대로 재연이라도 하는 것 마냥 대답했기 때문이죠. 여자는 그저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주길 바라는 마음에서 털어놓지만, 남자는 이야기를 들을 때 그 이야기에 요점을 파악하고 해결책을 제시해 주고자 하는 마음이 크다는 것 말입니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여기저기 이런 이야기, 저런 이야기를 하는 편이 아닙니다만, 남자친구에게는 유독 소소한 이야기도 많이 해 주는 것 같습니다. 편해서가 그 이유일 수도 있고, 내 편이 되어 줄 수 있는 든든한 사람이라는 기분 탓도 있겠죠. 많은 서적이나 웹사이트를 통해 남자와 여자의 생각의 차이나 행동의 다른 점을 읽어보곤 했지만 이렇게 와닿은 적은 없었던 것 같습니다. 더불어 그러한 연애에 관한 책에선 항상 별표를 하고선 밑줄 쫘악- 그어야 할 내용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남자친구가 귀담아 들어주길 바라듯, 남자가 하는 말에 대해서도 귀를 열고, 눈을 반짝이고, 입으로 호응을 하라라는 내용이 연애 서적에 꼭 들어가 있는 듯 합니다.
저와 생각 하는 것도 행동하는 것도 사뭇 다른 남자친구이지만 그를 향해 미소지을 수 있는 건, 그런만큼 제가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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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친과 재미있게 지내시는 군요 ^^
Reply:
사용자 버섯공주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흐뭇- 그렇게 보이나요? ^^
엘리카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여자분이랑 대화할 때 가끔은 당황스러울 때가 있어요.
여자분 이야기에 대해 내가 어떤 말을 해 주어야 할지 모를 때...
여자분들은 이야기의 내용 자체보다, 그때의 분위기와 편안함을 중요시 하는 것 같아요.
그에반해 남자분들은 나름 이성적인 분석(?)을 통해 먼가 해결책을 제시하려고 하고요.
여자의 감성적인 면과 남자의 이성적인 면이 서로를 배려해 줘야 할 것 같아요.
글 읽으면서 옛생각이 떠올라서 끄적여 봤습니다. ^^
P.S. 버섯공주님 덕분에 농구경기 잘 보고 왔습니다. TV로 보셨는지 모르겠어요.
1년에 한번 나올까 말까 한 종료직전 재역전 승이었어요.
그뒤로 프로농구에 더 관심이 가네요. 이러다 농구 광팬 될꺼 같아요.ㅋ
(지난한주 쫌 정신없어서 인사가 늦었습니다~)
Reply:
사용자 버섯공주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TV로도 보지 못했네요. 아쉽게도...
재밌게 보셨다고 하니 너무 기쁩니다. ^^
종료직전의 재역전승이라 우와...
쏠로 화성인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이거말하는거죠?ㅋ
화성에서온 남자 금성에서온 여자 ㅋㅋㅋㅋ
저 이거 어제읽었어요...ㅋㅋ
의경인데 당직스면서...ㅋㅋ;;;
그 앞에 글에도 이런거있던데요 ㅋㅋ
뭐 사올필요없어 돈아깝잖아 이런거...ㅋㅋ(립글루즈라도 사온나는그런거)
난 그런뜻이 있는줄몰랐는뒈 젠장.;;
생일때 뭐해줄까 했더니 챙겨줄필요없다고 계속 그러더만...;
뒤에 안챙겨준거에 섭섭해하던.. =_= 그런거엿어.;
이래서 내가 쏠론거였어.......;
Reply:
사용자 버섯공주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맞아요. 여자는 "내가 꼭 다 말해줘야돼? 센스 없게... 말 안해도 챙겨야 되는거 아니야?" 라는 반면, 남자는 "뭐야. 아까는 필요 없다며." 이런거죠. 남자와 여자. 서로 생각하는 것도 다르고, 그렇기에 서로 끌리는 거겠죠. ^^ 연애 하다 보면 정말 재밌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