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친구와 데이트를 하며 깨달은 진실 - 솔직함일까 이기주의일까

남자친구와 데이트를 하며 뒤늦게 깨달은 진실 - 연애에 있어 솔직함은 분명 필요하다. 하지만 상대방을 배려하지 않은 솔직함은 그저 이기주의가 될 수도...

전 자기 생각이 분명한 편입니다. 아니, 분명한 편이었습니다. 음... 분명하고자 합니다. (응?)

 

직장생활을 하면서부터는 자신의 의견을 숨겨야 하는 때가 많더군요. '회사'라는 공간 안, 그렇게 만드는 건가 싶기도 합니다. (음, 우리 회사가 좀 보수적이긴 하지)

 

"오늘은 점심 뭐 먹을까요?"
"...음... 돈까스 어때요?" (눈치보기)
"점심 시간에 돈까스는 무슨..." 

"...음... 짬뽕은 어때요?" (눈치보기)
"짬뽕은 나 어제 저녁에 먹었는데? 콩나물 국밥 먹자. 아, 어제 술을 마셨더니 해장해야겠네."
"...네! 좋아요." (눈치 보다가 이구동성)

 

부서 단위로 점심 식사를 하게 된 어느 날, 속에선 '아, 오늘은 느끼한 뭔가가 땡겨!' 를 외치고 있었지만 늘 그렇듯 적당히 분위기를 보며 다수의 의견(정확히는 상사의 의견)에 따라 식사를 하게 되었습니다.

 

"부장님은 눈치가 없으셔."
"왜 항상 본인이 먹고 싶은 메뉴를 거리낌 없이 이야기 하시는 걸까?"
"전혀 아랫사람들을 배려하지 않으시는거지."
"맞아."
"점심 시간만이라도 자유롭고 싶어. 그냥 따로 먹으면 안돼? 먹고 싶은 메뉴로 먹고 싶어."
 

 

그렇게 점심을 먹고 돌아와서도 좀처럼 만족되지 않는 찝찝한 기분에 남자친구와 저녁은 맛난 걸 먹어야겠다며 데이트 약속을 잡았습니다. 점심 때 먹고 싶은 것을 편하게 못먹었다는 아쉬움에 저녁은 꼭 내가 좋아하는 메뉴로 맛있게 먹으리라! 하는 의지가 활활 타올랐습니다.

 

"오빠, 저녁 먹자! 뭐 먹고 싶어?" (그래! 점심 때 못먹은 느끼한 뭔가를 먹어야겠어)
"뭐 먹고 싶은 거 있어?"
"응! 난 곱창 먹고 싶어!"
"곱창? 아…"
"왜? 곱창 싫어? 오빠도 곱창 먹고 싶지? 곱창 먹으러 가자! 곱창!"
"아, 응. 괜찮아. 가자."

 

느끼한 것을 먹어야 겠다고 되내이다가 급 곱창이 먹고 싶어진 저는 남자친구 손을 이끌고 곱창 집을 찾아 이리 저리 헤맸습니다. 무턱대고 데이트 약속을 잡고 남자친구네 동네로 오긴 했는데, 어디가 어디인지...

 

인근 곱창집이 어디에 있는지 몰라 한참을 헤매다 자리를 잡았습니다. 거의 30분을 헤맨 듯 합니다. 남자친구와 그 날 있었던 일에 대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곱창을 맛있게 다 먹고 서야... 남자친구가 담아두었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곱창이 먹고 싶었구나?"
"어? 아니, 딱히 곱창이 먹고 싶었던 건 아닌데..."
"난 오랜만에 너가 우리 동네에 온 거라 괜찮은 맛집 찾아뒀었거든."
"어? 정말? 왜 말 안했어. 거기로 갈 걸."
"아니. 네가 딱 잘라서 곱창 먹고 싶다고 하니 이야기 꺼내기가 쉽지 않더라구." 

 

남자친구의 말에 얼굴이 시뻘겋게 달아 올랐습니다. 그리고 점심 때 부장님을 두고 직장 동료들과 주고 받은 이야기들이 제 귀를 간지럽히고 지나가더군요.

 

"부장님은 눈치가 없어!" "왜 항상 본인이 먹고 싶은 메뉴를 거리낌 없이..." "배려심이 없는 거지!"

 

 

 

 

...앗! 지금 상황에선 그게 나네! -_-;;; (누구 욕할 상황이 아니야. 그게 나였어!)

 

오랜 시간 함께 하며 남자친구에 대한 믿음이 커지다 보니 자연스럽게 제 생각을 똑부러지게 표현하게 된 듯 합니다. 연애 초반에는 늘 '뭐 먹고 싶어? 오빠 먹고 싶은 걸로 먹자. 난 오빠랑 먹는 거라면 다 좋아!' 라고 이야기 했는데 말이죠. 

 

직장생활은 하면 할수록 철저하게 속내를 숨기는데 익숙해지는 듯 합니다. 그리고 그 속내를 들키지 않고 두루두루 잘 어울려 지내는 것이 어찌보면 직장생활 잘 하는 법이 된 것 같기도 해요. 

 

반면, 연애는 하면 할수록 연인인 상대방에게 속내를 가감없이 보여주려고 하는 듯 합니다. 그게 사랑하는 이에 대한 예의라고 생각하게 되고요. 하지만, 그 진실된 속마음을 보여준답시고 일방적으로 한 행동이나 말도 상대방에 대한 배려가 깔려 있지 않으면 그저 '이기주의'에 지나지 않는 것 같습니다.

 

함께 맛있게 곱창을 먹고 나서야 알게 된 남자친구의 뒷 이야기. 연애 기간이 길어진만큼, 편안한 연인인만큼 더 배려해야겠다는 생각을 강하게 했습니다. ^^

 

+ 덧) 오빠 미안. ㅠ_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