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게. 대책 없이 못봐! 도 아니고… 일이 있어서 오늘 못보고 내일 보자는 건데. 여자친구가 좀 더 아량 넓게 이해해주면 좋을 텐데…"
여자친구와 오늘 약속이 있었는데 회사 회식으로 인해 부득이하게 내일 만나자고 이야기 꺼냈다가 날벼락을 맞았다며 투덜거리던 직장 동료. 회식도 회사 업무의 연장선으로 보는 보수적인 회사 분위기로 인해 회식을 빠지는 것도 좀 그렇고. 그렇다고 마냥 여자친구에게 회식 끝날 때까지 기다려 달라고 할 수도 없는 노릇.
같은 직장 동료로서 여자친구와 함께 하고 싶지만 상황상 그럴 수 없는. 그 마음이 이해가 되니 한참동안 '맞아! 맞아! 여자친구가 이해해 주면 좋을 텐데… ' 라며 공감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두둥!
남자친구와 토요일 오후, 만나기로 약속을 하고 집에서 곱게 단장을 했습니다. 모처럼 화장이 잘 되고 이 날따라 옷도 제가 원하던 핏이 나오는 듯 합니다.
'그래! 이거야!'
무려 약속 시간보다 3시간 전에 모든 준비를 마치고 여유있게 남자친구에게 연락을 했습니다.
"아, 미안해. 오늘 갑자기... 할머니가 집에 오셔서 가족끼리 식사를 하게 됐어."
"그래서?"
"아, 오늘은 좀 힘들 것 같아. 어떡하지? 미안해. 이해해 줄 거지? 내일 아침 일찍 내가 달려갈게."
"정말? 오늘 못보는거야?"
"응... 미안해... 내일 내가 일찍 갈게!"
헉!
쓰나미처럼 밀려오는 서운함. 거울 속에 비친 곱게 단장한 제 얼굴을 보자니 안쓰럽기까지 합니다. (응?)
남자친구의 입장을 이해하지 못하는 건 아닙니다. 남자친구의 의도와 다르게 가족 모임이 잡힌 건데 충분히 이해하죠. 하지만, 그래도 서운한 건 감출 수 없더군요.
남의 일일 때는 그리도 쿨한 여자이더니. 제 일이 되니 역시나 상황이 바뀝니다.
예쁘게 하고 온 게 억울하다며 울분을 터뜨리는 제 모습. 순간, 그때 그 동기가 생각났습니다.
"뭐야. 너 왜 갑자기 말 바꿔. 그땐 내 편에서 이야기 하더니."
"아냐. 분명히 여자친구가 너한테 예뻐 보이려고 꽃단장 하고 샤랄라- 준비 다 마치고 있었는데, 불현듯 네가 안 된다고 하니까 서운했을거야. 그 날 따라 화장도 잘 먹었을 거야."
"화장을 잘 먹어?"
"응?..."
화장 잘 먹었다 = 화장이 아주 잘됐다 = 아주 흡족하다 = 그런 날은 손에 꼽힌다 (응?)
누구보다 예쁜 모습을 사랑하는 이에게 보여주고 싶은 여자친구의 마음. 때론 머리로는 이해하지만 마음으로는 받아들이기 쉽지 않은 때가 있습니다. 그녀와의 약속. 그녀는 어쩌면 무려 2시간 전부터(혹은 그 전부터) 들뜬 마음으로 옷을 고르고, 화장을 하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오직 그를 만나기 위해서 말이죠.
그녀가 '오늘'을 고집하는 이유, 그녀가 '지금'을 강조하는 이유.
그의 상황을 '이해' 하지 못해서가 아니라, 단지 '서운함'을 숨기려 해도 드러나는 것임을 알아주세요. ㅠ_ㅠ (여자는... 그래요...)
- 음. 이거 은근 개콘 버전이네. 음. 필근아~ 여자는 그렇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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