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귈수록 늘어나는 기념일, 어떻게 챙겨야 할까? - 장기연애 커플, 기념일 선물 고민이라면...
"오늘?"
"응. 오늘."
"오늘…은 금요일인데!"
"아니!!! 정말 몰라? 장난치는 거지?"
오늘이 무슨 날인지 모르는 것 같은 남자친구의 반응에 적잖은 충격을 받은 저는 꽤나 씩씩거렸습니다. 일단, 만나서 이야기하자는 남자친구의 말에 잔뜩 심통이 나서 만나긴 했는데 어째서인지 만나서도 꽤나 당당한 남자친구.
그런 당당한 남자친구의 모습에 900일을 맞아 미리 준비한 선물을 건네며 자, 이제 어쩔거냐- 태세로 째려 보았습니다.
"우리 오늘 만난 지 900일이거든?"
예상대로 라면 이쯤 되면 남자친구가 미안해 해야 하는 게 정상인데, 끝까지 당당한 남자친구.
"아니야. 버섯. 우리 오늘 만난 지 899일 되는 날이야."
남자친구의 말 한마디에 멘탈 붕괴. 그 날 하루는 남자친구와 만난 날짜부터 다시 차근차근 셈해 보았습니다.
"사귀자! 고 한 시점부터 셈해야 되는데 네가 한 번 거절했었고, 또 내가 한 번 튕겼고. 그때가 새벽에 문자로 한 말이었으니까. 문자는 의미 없잖아? 마주보고 해야지. 아, 그런데 앞으로 1000일 넘으면 어떡할 거야? 1100일도 챙기고, 1200일도 챙길 거야? 그런데 너 왜 700일은 안 챙겼어? 600일도 안 챙겼던 것 같은데? 그럼 앞으로 1000일 단위로 챙길까? 아님, 100일 단위? 아, 그러고 보니 우리 곧 3주년이구나."
남자친구의 쏟아지는 질문 공세에 다시금 멍-
남자친구의 말을 듣다 보니 남자친구 말대로 기념일은 우리 둘의 만남을 기념하기 위한 날인데 지나치게 남들의 시선을 의식하고 있었고 남들 다 챙기는 기념일이니 우리도 챙겨야 한다는 어떤 의무감에 많이 치우쳐 있었던 것 같더군요. 우리의 날인만큼 남들의 시선을 의식할 필요가 전혀 없었는데도 말이죠.
남자친구의 "앞으로 100일 단위로 챙겨? 1000일 단위로 챙겨?" 라는 고민에서 느껴지듯, 연애 기간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이런 D-Day 개념의 기념일은 그 의미가 옅어지는 듯 합니다. 연애 초기에는 '우리가 만난 지 어느새 100일이나 됐어!' 라는 생각에 지금까지 함께 한 날을 돌이켜 보고 자축하며 기념일을 챙겼지만, 연애 기간이 길어지고 서로에 대한 믿음이 큰 사이일수록 함께 한 날에 대한 의미보다는 앞으로의 계획에 더 많이 의미를 두게 됩니다.
사랑이 밥 먹여주지 않는다는 사실을 뻔히 알고 있는 숙성된 커플에겐 더더욱 말이죠.
연인 사이 기념일. 연애 초기에는 기념일을 챙기면서 함께 지내온 날을 자축하고 토닥이며 사랑을 키워나가는데 의미가 있기 때문에 기념일을 챙기면 챙길수록 좋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연애 기간이 긴 커플에겐 코 앞의 기념일 보다 앞으로 함께 할 날에 대한 구체적 계획을 세우는 것이 더 필요하지 않을까 싶네요.
연애 초기에는 챙기면 챙길수록 좋은 기념일. 그래서 기념일을 축하하며 파티도 하고 선물을 주고 받기도 하고 근사한 레스토랑에 가기도 합니다. 하지만, 연애 기간이 길어질수록 누구를 위한 기념일인가 싶을 만큼 챙기기 부담스러워지는데요.
오래 사귈수록 늘어나는 기념일을 쿨하고 합리적으로 챙기는 방법은 없을까요?
>> 편지를 쓰자! 만나서!
우선 오래 사귄 사이라 할 지라도 기념일에 빠지면 섭한 아이템이 있죠. 바로 편지! 그런데 또 편지라는 게 막상 쓰려고 하면 쓸 말도 없을 뿐 더러, 핑계가 생기기 마련입니다. 바빠서 못썼어- 라며 말이죠. 기념일엔 만나서 함께 편지를 쓰세요. 서로가 마주보고서 손으로 편지를 가려가며 말이죠. 하고 싶었으나 평소 하지 못했던 말부터 꼭 하고 싶은 말까지!
남자친구와 전 그렇게 서로에게 하고픈 말을 기념일에 커피숍에서 만나 편지를 써서 주기도 했고, 반대로 서로의 입장이 되어 편지를 쓰기도 했습니다. 똑같은 레퍼토리의 편지도 연애 기간이 길어지니 익숙해져서 '만약 너가 나에게 편지를 쓴다면'의 형식으로도 편지를 쓰기도 하고 '현재의 내가 과거의 너에게 쓰는 편지' 등 여러 방향으로 편지를 쓰게 되더라고요.
서로의 편지를 보면 뻔하게 예상 가능한 내용이 아니니 좀 더 색달랐습니다.
>> 선물을 나누자! 만나서!
만나기 전, 깜짝 선물을 주려고 준비를 했건만 난 5만원대 선물을 줬건만, 상대방은 20만원대의 선물을 내밀면 괜히 미안해지고 민망해지는 상황이 연출되곤 합니다. 그래서 상대적으로 15만원치 내가 뭔가를 더 해줘야만 될 것 같고. 그렇다 보니 근사한 레스토랑에 가서도 과하게 지출하게 되기도 하는데요.
오랜 연인 사이일수록 비합리적인 지출은 줄이고 싶은 마음이 커집니다. 그래서 이왕이면 기념일에 선물을 준비해야 한다면 깜짝 선물도 좋지만, 함께 만나서 준비하는 것도 좋은 것 같아요. 금액 한도를 정해서 말이죠.
두 손을 잡고 옷 가게를 돌며 이건 어때? 저건 어때? 같이 봐주고 고르고. 일방적으로 한 사람이 금액적 부담을 안는 게 아니다 보니 좀 더 편한 마음으로 추천해 주게 되어 좋더군요.
때론 둘 다 먹는 것을 상당히 좋아하다 보니 기념일에 맞춰 미리 찜 해 둔 맛집 투어 하는 것으로 대체하기도 합니다. 기념일은 누가 누구에게 뭔가를 해 주는 것에 의의가 있는 것이 아니라 함께 하는 것에 의의가 있는 것 같아요.
제가 그 때 일방적으로 어떻게 기념일을 깜빡 할 수 있냐며 사랑이 식었다는 둥 일방적인 투정을 부렸다면 어땠을까요? 그리고 남자친구가 앞으로 기념일을 어떻게 챙길지에 대해 저와 상의하지 않고 그게 뭐가 중요해- 라는 일관된 반응이었다면 어땠을까요?
사귈수록 늘어나는 기념일, 여러분은 어떻게 챙기고 계신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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