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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가 너네집 안방이냐?" VS "그냥 내비둬"

· 댓글개 · 버섯공주
어머니와 함께 오랜만에 저녁 외식을 하고 집으로 돌아오는 지하철 안에서 이야기는 시작됩니다.
열차에 타자 마자 정면에 바로 보이는 남녀커플. (외모로 봤을 때엔 20대 초반의 커플인 듯 했습니다)

"어머- 왜 이래"
"뭐? 뭐 어때?"
"주위 사람들이 보잖아"
"에이. 주위는 신경쓰지마. 우리가 부러워서 보는 거겠지. 뭐"
"잇힝"


저는 개그콘서트를 일요일마다 놓치지 않고 보는 편입니다.
이런 말 하면 정말 그 커플에게는 미안하지만, "그냥 내비둬" 의 민경님과 동민님 커플이 생각났습니다. (개인적으로 정말 재미있게 보는 코너죠)

잇힝- 세상엔 우리 둘 뿐이야-



하아-
마음 같아선 동영상이라도 찍고 싶었습니다. 
어떻게 그 사람들이 많은 곳에서, 그렇게 태연하게 스킨쉽을 하고 있는걸까요? 딱 19금 딱지를 상단 우측에 붙여 주고 싶더군요.

너무나도 사랑스러운 눈길로 여자친구의 얼굴을 바라보는 남자친구의 다정한 모습. 딱 거기까지는 좋았는데 말입니다. 
여긴 공공장소입니다.

왜 남자손이 여자 허리를 거쳐 가슴까지 올라가는 므흣한 광경을 공공장소에서 보여주는 것인가요? =_= 

(솔직히, 남자친구와 함께 있을 때 그 광경을 봤거나 혼자 있을 때 그 모습을 봤다면 이토록 반발심이 들지 않았을지도 모릅니다;)

왜 어머니와 함께 있는 그 자리에서 그 모습을 코 앞에서 보게 된 건지. 
어머니께선 찌릿한 눈초리로 저를 노려 보셨습니다.


네- 말하지 않아도 알아요-


'너도 공공장소에서 남자친구와 저 따위로 행동하고 다니냐? 조심해라-'

딱 그 눈빛이었죠. (덜덜덜)

어머니의 손을 끌어 맞은 편 문쪽을 향해 뒤를 돌아 섰습니다. 차라리 뒤돌아 서 있으면 나을 것이라는 생각에서였죠.  열차가 두 구간 정도 지났을 때였을까요.
갑자기 들리는 큰 소리에 심장이 멎는 줄 알았습니다.

"여기가 너네 집 안방이냐? 안떨어져! 저 XX들이"

누구 새끼?

아니, 나 말하는 것 같은데?

나?


헐! 이건 또 뭐냐-

60대 초반 정도 되어 보이시는 아저씨(혹은 할아버지-응?)가 언성을 높이셨습니다.


소리를 듣자마자 자연히 예측한 곳으로 시선이 절로 가더군요.
뒤이어 들리는 소리.

"야, 무시해. 무시해"
"야, 놔봐. 너(아저씨를 지칭)가 뭔데 이래라 저래라야?"


저녁 8시 무렵. 퇴근 하는 직장인을 비롯하여 수많은 사람들이 타고 있었는데 말입니다. 한참의 실갱이가 벌어지는 그 동안, 그 열차 내 모든 손님들은 그 세 사람에게 시선이 모아졌고, 저 또한 그 순간엔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그 세 사람만 눈에 들어오더군요.

어머니께서 도착했다며 제 팔을 붙잡고 내리자는 말씀을 하지 않으셨다면 한참 동안을 그 세 사람에게 시선이 빼앗긴 채, 목적지를 지나쳤을 지도 모릅니다.

지하철역에서 내려 아무말 없이 길을 가는 동안, 어머니의 눈치를 보며, 살짝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아까 그 커플은 다른 사람은 안보이고 자기네만 보이나봐. 왜 주위 사람들을 생각 안해? 그러니 아저씨한테 한 소리 듣지. 으이그"

내심, 난 공공장소에서 절대 안그래- 라고 이야기 하고 싶었는지도 모릅니다. 어머니께서 뭐라고 말씀하실지도 궁금하기도 했구요.

어머니께서는 차분한 어조로.


"그 아저씨는 그 커플만 보였나봐. 주위 사람들을 조금만 더 배려해줬더라면 좋았을 것을"

헉!
제가 하나만 알고, 다른 하나는 놓치고 있었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무래도 어머니도 이제 연세가 있으시니 아저씨의 시각에서 그 커플을 바라볼 것이라고 생각하고 저 또한 당연히 저의 의견에 동조할 것이라고 생각햇는데 보다 더 크게 생각하시는 모습에 '내가 너무 좁게만 생각하고 있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가만히 생각해 보니, 그때 그 상황을 보고 그렇게 큰 소리로 너네집 안방이냐며 고래고래 소리지르기 보다 조심스럽게 다가가 공공장소니까 조심 해 줬으면 좋겠다고 작은 목소리로 이야기 했더라면, 과연 그 커플이 어른을 상대로 그렇게 소리를 질렀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결국, 공공장소에서 19금 광경을 연출한 커플도, 고래고래 큰 소리를 지르셨던 어른도, 결국 모두 주위 사람들까지 배려하지는 못한 듯 합니다.

남자친구와 만난지 3년이 다 되어 가는데도 아직 서로 마주하면 입꼬리가 실실 올라가고 이유없이 미소짓게 됩니다. 그러다 보니 더욱 주위 시선을 의식하지 못하고 실실 쪼개는 것도 사실입니다. (쿨럭) 

아이 좋아- 오빠아- 샤랄라-



하지만 분명한 것은, 공공장소는 말 그대로 공공장소이기에 더욱 여러 사람을 배려하고 조심해야 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더불어, 어떠한 상황에서건 본인이 옳다며 주위를 배려하지 않고 큰 소리를 지르는 것보다는 상대방을 배려하고 이해하는 태도로 조심스럽게 설득하는 것이 좋다는 생각이 드네요. 

한 장면을 목격했을 뿐인데, 이런 저런 생각이 많이 듭니다.

이렇게 다양한 일상 속 경험을 통해 자라나는거겠죠? (어이- 넌 이미 다 컸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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