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을 준비하다 싸운 커플, 그 이유는?

 

흔히들 결혼을 앞두고 혼사를 준비하며 많이 싸운다고들 하는데요. 저도 주위에서 익히 그런 이야기를 많이 들어왔습니다. 그리고 주로 결혼 준비 과정에서 싸운 여자친구들이 이런 말을 합니다.

 

"나랑 결혼하는건지. 시어머니랑 결혼하겠다는 건지 모르겠어. 나보다 어머니 의견을 더 많이 고려하는 것 같아."

 

"내가 이것 저것 다 해 달라고 한 것도 아니고, 남들 다 하는 거잖아. 기본 예물로 이건 어떠냐고 물어도 이것도 시큰둥. 저건 어떠냐고 물어도 저것도 시큰둥. 결혼 하겠다는 건지. 말겠다는 건지."

 

혼사 준비를 하며 남자친구와 다투게 된 여자후배, 선배들의 이야기를 가만히 듣다 보면 저도 그들의 감정에 이입해선 '그러게. 왜 남자의 마음이 바뀐 거지? 변심한건가?' 라는 생각을 하곤 했습니다. 청혼할 때 가졌던 마음이 막상 결혼 할 때쯤 되면 자연스레 바뀌는 건가- 라며 말이죠.

 

결혼을 준비하다 싸운 커플, 그 이유는?

 

그런데 제가 놓치고 있던 부분이 있더군요. 지금껏 결혼 준비를 하던 여자 후배, 선배, 친구들… 모두 여자 입장에서 나눈 이야기이고, 상대 남자의 진짜 속사정은 알 수 없다는 거죠. 그러고 보면 여자끼리의 이야기와 남자끼리의 이야기가 전혀 다르게 흘러가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그러다 얼마 전, 오랜만에 제 남자친구의 친구들(제게는 오빠들)과 함께 만나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미처 몰랐던 결혼을 앞둔 남자의 속사정을 많이 알게 되었습니다. 결혼 준비를 하며 여자친구와 싸웠다던 최군.

 

오. 딱 걸렸어!

 

평소 여자친구와 사이 좋던 최군이건만 결혼 준비를 하며 여자친구와 싸웠다고 하니 기다렸다는 듯이 지금껏 만난 여자친구들의 마음을 대변해 질문공세를 했습니다.

 

"평소 여자친구랑 사이가 좋았으면서 왜 싸운거야?"
"결혼 준비 하면서, 여자친구가 바라는 것과 부모님이 바라는 부분이 다르더라구. 물론 나야 여자친구가 하자는 대로 다 해주고 싶지."
"그런데 왜? 돈 때문에? 여자친구랑 결혼하는거지. 어머니랑 결혼하는게 아니잖아."
"음. 글쎄. 돈 때문이라고 해야 할까. 그보다는 부족한 나 때문이지. 만약, 내가 모은 돈으로 혼사를 준비한다면 문제될 게 없어. 정말 여자친구가 하자는 대로 다 해주고 싶지. 그런데 지금 내 상황에선 신혼집 아파트 전세 얻는데도 부모님께 손 내밀어서 도움을 받고, 예식장 하나 예약하는데도 내가 부모님께 도움을 받아 겨우 결혼하는데 부모님의 의견을 무시할 순 없잖아."
"음…"
"사실 그렇다고 해서 어머니나 아버지가 '내가 네 결혼 자금 보태주는 거니까 내가 꼭 하라는 대로 해!'라고 강제하신 것도 아니고 도움을 주시면서 그냥 이렇게 하는 건 어떠냐- 라고 제안해 주신 건데 자연스레 여자친구의 의견 못지 않게 부모님의 의견을 더 고려하게 되는 거지. 결국, 내 돈이 아니니까."
"…"
"내가 부모님께 손 벌리지 않아도 될 정도로 돈을 충분히 모아 뒀더라면… 상황은 달랐겠지."

 

'돈 때문이 아니라, 부모님 때문.' 이라는 말이 나왔을 때까지만 해도. 아무리 부무님이 돈을 보태주신다고 해도 결혼은 결혼하는 남녀 당사자, 두 사람의 마음이 가장 중요하다. 라고 이야기 하려 했습니다.

 

그런데 그의 부모님 역시, '내가 너에게 결혼 자금을 보태줬으니 내가 시키는 대로 해!'라고 강제하신 게 아니며, 본인이 자립하여 결혼자금을 마련한게 아니다 보니 여자친구의 의견 못지 않게 부모님의 의견에 신경 쓰게 된다- 라는 말에 다시 남자의 입장을 생각해 보게 되더군요.

 

내가 최군의 입장이라면 어땠을까. 서른셋이 넘어 한 집안의 든든한 기둥이 되어야 할 상황에 결혼자금이 부족해 부모님께 손 벌려 돈을 지원 받고 결혼하는 마당에. 여자친구의 기대에도 맞춰야 하며, 결혼자금을 보태주신 부모님께도 감사한 마음과 죄송한 마음이 혼재할텐데. 과연 사랑하는 여자친구를 위해, 부모님의 의견을 무시하고 여자친구가 바라는 바에 맞춰서 다 할 수 있을까.

 

미처 몰랐던 남자의 속사정을 듣게 되면서 이런 전후 상황을 여자친구가 안다면 충분히 이해할 수 있을거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문제는 남자가 여자에게 이런 속마음을 다 말하지 않는다는거죠.

 

"왜 말을 안해줘? 여자친구에게 그런 속마음을 털어 놓으면 여자친구도 이해하기 수월할텐데."
"쪽팔려서."

 

너무 강렬했던 한마디. 쪽팔려서. -.-

 

결혼을 준비하다 싸운 커플, 그 이유는?


여자는 결혼에 대한 나름의 로망이 있습니다. 평생 단 한번의 결혼식. 사랑하는 연인과의 미래를 함께 꿈꾸고 나아가는 첫 날이기에 더 기대가 클 수 밖에 없습니다. 평소 한없이 검소하고 욕심 없는 여자라 할지라도 그 날에 대한 꿈과 기대는 여느 평범한 여자와 마찬가지일거에요.

 

내 남자는 날 무척 사랑하고 아끼는 사람이니 내가 하자는대로 잘 맞춰서 해 줄거야- 라고 생각하고 일방적으로 요구하며 진행하는 것도 NG! 내 여자는 나의 힘든 상황을 굳이 다 이야기 하지 않아도 충분히 이해해 주는 사람이야- 라고 생각하고 밀어 붙이는 것도 NG!

 

서로 오랜 기간을 함께 한 사이라 할지라도 결혼 준비를 하며 싸우는 커플을 많이 봅니다. 그리고 항상 문제는 '대화 부족' 이었습니다. 평소 그렇게 대화를 잘 하던 커플도 막상 결혼 준비 과정에서는 정작 대화를 하지 않더라고요. 자존심 상해서. 민망해서...

 

결혼이 그리 만만한 건 아닌 것 같습니다. 그런만큼 서로 충분히 대화를 하고, 또 대화하며 진행해야 하는 것이 결혼인 것 같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