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상사를 무서워해야 하는 이유

직장 상사를 무서워해야 하는 이유

직장생활 7년 차, 연애 기간 못지 않은 기나긴 시간을 한 회사에 묶여(응?) 보내고 있네요. 짝사랑을 잘 하는 편인가 봅니다. 지금의 남자친구도 그러하고, 지금 다니고 있는 이 회사도 그렇고. -_-;

 

때론 당장 때려 치우고 싶을 정도로 힘든 시간도 있었지만, 제 자신이 기특할 정도로 잘 버티고 있네요. (이거 칭찬인지 욕인지)

 

제가 처음 회사에 입사할 당시 제가 속한 경영지원부의 부서장으로 계셨던 부장님은 어느새 약 천명 정도의 직원을 이끄는 거대한 회사의 상무라는 직급에 올라 계십니다. 덜덜. 목을 쭈욱 빼고 우러러 봐야 겨우 보일 정도로 높은 자리에 올라가셨음에도 불구하고, 종종 시간을 내어 이런 저런 아낌없는 조언을 해 주시곤 합니다.

 

"일은 재밌냐?"
"일은 재미있는데, 부족한 저 때문에 김과장님이 많이 고생하시는 것 같아요."
"김과장이 무서워?"
"아뇨. 전혀. 무섭지 않아요. 얼마나 친절하게 잘 대해 주시는데요."
"그러면 안되는데… 김과장이 무섭지 않다니. 무서워해야 된다."

 

이제 막 입사한지 6개월이 된 신입에게 일이 재미있느냐고 물으시면서, 부서 내 윗사람인 김과장이 무섭냐고 물어보시던 상무님. 오랜 기간 봐왔던 상무님이시지만, 신입사원에게 상사를 무서워해야 된다는 말씀을 하셔서 의외로 보수적인(?) 편이시구나- 라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아, 그렇다고 오해하지는 마. 상사를 벌벌 떨며 무서워하라는 것이 아니라, 항상 긴장을 늦추지 말고 준비된 자세로 보고하라는 거지."

 

상사를 무서워해야 한다는 한마디만 듣고 처음엔 '뭐지?' 싶었는데, 뒤이어 하시는 말씀을 듣고 나니 무슨 의미로 하신 말씀인지 알 것 같더군요.

 

더불어 신입사원이 가져야 할 마음가짐으로 "보고 또 보고"를 말씀하셨습니다.

 

서류 하나를 보더라도 살펴보고 또 살펴보고. 어떤 문제되는 상황에 처하게 되면 그 상황을 이렇게도 보고, 저렇게도 보고. 부득이한 문제가 생겼을 때엔, 어떻게 해서든 그 문제를 덮기 위해 쉬쉬하고 숨기려 할 것이 아니라 최대한 빨리 윗사람에게 보고하고 또 보고해야 한다고 말이죠. 여러 의미가 담겨 있는 "보고 또 보고" 였습니다.

 

자기 선에서 문제를 잘 해결한다면 문제가 되지 않지만, 오히려 잘못된 문제를 자기 선에서 해결하려다 시간이 지체되어 더 큰 문제를 야기시키는 경우가 있습니다. 잘 하려다가 되려 그르치는 경우죠.

 

저도 직장생활 7년 차에 접어들면서 이제 회사생활에 익숙해졌다는 이유로(어느 정도 짬밥이 있다는 이유로) 윗사람에게 긴장을 늦추고 있는 건 아닌지 돌아보는 계기가 된 것 같아요.

 

신입사원이기에 숲보다는 나무를 보고 판단하게 되고 행동하게 됩니다. 그럴 만도 한 것이 단 한번도 울창한 숲으로 나가 본 적이 없으니 크게 볼래야 볼 수가 없죠. 그럴 때, "넌 왜 하나만 보냐? 너 바보냐?" 가 아니라, 손을 내밀어 나무가 아닌 숲을 볼 수 있도록 인도해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일까요.

 

나무만 볼 줄 아는 신입사원과 나무를 보고, 숲을 보고 이제는 숲을 직접 가꾸고 있는 한 회사의, 한 그룹사의 임원이 신입사원을 위해 아낌없는 조언을 해 주시는 모습이 너무 멋있어 보였습니다.

 

나도 저런 사람이 되고 싶다- 는 생각을 하면서 말이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