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속하는 남자친구, 애인의 적당한 구속이 연애에 좋은 이유
"오빠, 나 동아리 사람들이랑 여행 가려구."
"그래? 잠도 자고 오는 거야? 얼마나?"
"2박3일로..."
"아, 그럼… 남자도 있겠네?"
"응. 그렇지."
"응. 그래. 다녀와."
함께 동아리 활동을 했던 선후배, 친구들과 여행을 다녀오겠다는 여자친구의 물음에 흔쾌히 'OK'라고 대답한 그. 흔쾌히 승낙한 남자친구의 대답만큼 그의 여자친구도 즐거운 마음으로 여행을 다녀오는 듯 하더니 분위기가 영 심상치 않습니다.
"이해가 안돼. 다녀와도 되냐고 묻고선, 다녀오라고 했더니 뭐가 문제인 거야?"
"음, 너 속마음은 뭐야? 정말 단번에 'OK'할 정도로 아무렇지 않은 거야?"
"여친이 여행 가고 싶다고 하니까, 간다고 하니까 보낸 거지. 별 거 있어?"
"한번에? 흔쾌히? OK? 정말 그럴 수 있는 거야? 네 속마음 말이야."
좀처럼 여자친구가 왜 토라진 건지 모르겠다는 남자. 그 상황에서 '날 정말 사랑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하는 그녀. 제가 보기엔 서로의 감정에 솔직하지 못해서 빚어진 엇갈림이었습니다.
남자의 속마음 : 구속하면 쪼잔해 보일까봐
"당연히 화나지. 다른 남자들이랑 같이 여행 가겠다고 당당히 이야기 하는데, 조금의 미안함 없이. 내가 걱정할 거라는 거 뻔히 알면서 너무 하는 거 아니야?"
"왜 솔직하게 표현 안 했어? 넌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OK!' 한 것 같잖아."
"어우, 어떻게 솔직하게 말하냐? 남자가 쪼잔해 보이잖아."
[자신의 여자가 다른 남자들과 어울려 여행을 가겠다는데 과연 그 말에 흔쾌히 좋아할 남자가 몇이나 될까. 여자친구가 내 입장을 조금이라도 헤아렸다면 그런 질문을 하기 전에 자신이 판단해서 결정을 내렸을 것이다. 그런데도 굳이 내게 '가도 되냐' 질문을 하고 대답을 바란다는 건 '정말 가고 싶다'는 표현 밖에 되지 않는다. 이왕 그녀가 가겠다는 거, 쪼잔하지 않게 쿨하게 보내줘야 할 것 아닌가? 난 그 뿐이다.]
여자의 속마음 : 날 사랑하지 않는구나?
"친구들이 부추기니까 남자친구에게 한번 물어보라고. 그래서 물어본 거긴 한데, 정말 아무렇지 않게 그렇게 'OK' 할 줄은 몰랐지."
"한 번에 OK한게 서운한 거야?"
"그럼. 당연히 서운하지. 내가 어디서 뭘 하든 관심이 없다는 거잖아."
[이미 알고 있다. 너무나도 잘 알고 있다. 사랑하는 사이, 떠보기 식의 질문이 나쁘다는 것쯤은... 그래도 정말 그렇게, 아무렇지 않게 'OK' 할 줄은 몰랐다. 여자친구인 내게 관심이 없는 걸까. 정말 여자친구인 내가 누구와 어디서 뭘 하든 관심이 없는 거라면, 아무렇지 않은 거라면, 난 이 상황을 어떻게 받아 들여야 하는 걸까? 설마, 내 남자친구는 내가 한밤에 클럽을 가도 아무렇지 않을까? 날 사랑하긴 하는 걸까?]
남자는 믿음이라 말하고, 여자는 사랑이라 말한다
남자는 '믿음'이라 말하고, 여자는 '사랑'이라 말합니다. 결국 두 사람의 마음은 같건만, 표현을 달리 하고 달리 해석하여 문제가 되는 것이더군요.
여자는 남자의 지나침이 없는 적당한 구속을 기대하는 듯 합니다. "내 남자친구는 날 사랑해." 라고 느낄 수 있을 만큼의 구속. '내 여자'를 아끼는 남자친구의 모습을 기대하는거죠.
헙. 말이 쉽지, 어디 '적당한 구속', 그게 쉽나요. 제일 어려운게 '적당함' 이죠.
여자는 종종 사랑을 확인하기 위해 위험한 장난을 하는 듯 합니다. 남자는 종종 솔직하게 표현해도 되는 감정을 숨기기 급급해 하는 듯 합니다. 남녀커플의 이야기를 들으며 우리 커플은 어떤지 생각해 보았습니다. 몰랐던 남자친구의 속마음도 들어보고 말이죠.
"오빤 어때?"
"나도 그렇지. 쪼잔해 보일까봐 솔직하게 말하지 못하고 쿨한척 'OK'하는 경우가 있었지."
"정말? 언제?"
"너 취직해서 한턱 쏜다는 남자후배 만난다며 밤 11시까지 있었을 때도 괜찮은 척 했지만, 솔직히 안 괜찮았지. 몰랐어?"
"아, 정말? 그랬구나."
쿨한 척 하지 말고 때론 솔직하게 그녀에게, 그에게 감정을 표현해 주는 것이 문제를 푸는 좀 더 빠른 실마리가 될 수 있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