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계획 여행 속초 바다 당일치기 그리고 캐나다 아이스와인 한 잔
맞벌이 부부이다 보니 아이들과 함께 보내는 시간이 상당히 한정적입니다. 때론 아빠가 야근을, 때론 엄마가 회식을, 때론 부부 모두가 야근과 회식으로 바빠 근근이 시댁 찬스를 쓰며, 시댁 어르신과 아이들에게 미안함과 감사함을 늘 안고 있습니다. 그래서 올해 10월처럼 공휴일이 끼어 있는 주간은 무척 귀하고 귀합니다. 함께 영화를 보러 가기도 하고, 맛집을 찾아 아이들과 가보기도 하고요.
2024년 10월의 한글날을 끝으로 이제 크리스마스 전까진 휴일이 없다고 하더군요. 덜덜덜.
당일치기 바다여행 속초 정암해변 추천
"바다 갈까?"
토요일 뒤늦은 오후, 뒤늦은 점심을 챙겨 먹고 문득 바다가 보고 싶어 속초 바다를 보고 오기로 했어요. 신랑도 군말 없이 제 말에 동조해 바다로 갈 수 있는 이유는, 운전자가 저이기 때문이랍니다. 깔깔깔. 왕복 5시간이 훌쩍 넘는 시간이 소요되지만, 홀연히 떠나고 싶어질 때면 이렇게 무계획으로 속초 바다를 보기 위해 가곤 합니다.
메인이라 할 수 있는 속초해수욕장이 아닌, 항상 사람이 적은 정암해수욕장으로 간답니다.
날도 이제 제법 쌀쌀해지기도 했고, 늦은 시간이라 그런지 사람이 더욱 없더군요. 날이 추워지면서 해는 더욱 빨리 떨어지고, 도착했을 땐 이미 5시가 훌쩍 넘은 시간이었던지라 1시간 남짓 아이들은 해수욕장 모래사장에서 소소한 놀이를 하며 시간을 보냈습니다.
아이 둘이 잘 노는 모습을 보면, 역시 아이 둘 낳기를 잘했다는 생각을 하곤 합니다. 신랑과도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시간을 보냈네요.
바쁜 일상 속 잠시나마 이렇게 드넓은 바다를 보고 바다와 맞닿아 있는 드넓은 하늘을 보니 속이 뭔가 뻥 뚫리는 듯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저녁은 속초 바다를 보러 올 때면 항상 가는 대게 맛집을 찾아 이동해서 맛있게 먹었어요.
하루가 다르게 쑥쑥 크는 아이들을 보니, 돈을 많이 벌어야겠다는 의지가 다시금 샘솟는군요. 허허.
제가 2년 전부터 자주 가는 대게 맛집이에요. 내돈내산 맛집입니다. 손질을 다 해서 주시기 때문에 초등학교 저학년 아이들과 함께 가기 좋은 곳이라 추천해요.
저녁엔 다시 집으로 돌아와서 넷플릭스로 흑백요리사를 보며 상사가 선물해 준 아이스와인을 마셨답니다. 술을 마시지 못하다 보니 집에 별도의 술잔도 없을 정도인데, 와인잔은 더욱이 집에 없죠.
캐나다 출장 가셨다가 오시면서 사 주신 와인이데, 술을 마시지 못하는 제 입맛을 너무 사로 잡았어요. 캐나다에서 유명한 디저트 와인 '아이스와인'이라고 합니다.
캐나다 아이스와인 유래
1700년대 독일에서 우연히 서리가 내려 얼어버린 포도를 수확해 와인을 만들었는데 그 맛이 너무 달콤하고 맛있었다는 유래를 시작으로 아이스와인은 독일에서부터 생산되기 시작했답니다. 그 이후 많은 독일인이 아이스와인을 만들기에 적합한 기후를 가진 캐나다로 이주해 오면서, 캐나다가 아이스와인의 강국으로 떠오르기 시작했다고 해요.
아이스와인은 아주 달달한 디저트 와인으로 많이들 알고 계시는데요. 보통 가을에 수확하는 테이블 와인들과는 달리, 포도가 꽁꽁 얼 수 있는 12월이나 1월까지 포도를 수확하지 않고 기다렸다가, 얼어있는 포도를 수확해서 와인을 만들기 때문이지요. 또한 수확 시에 온도가 매우 중요하다고 해요. -8섭씨온도에서 -10 섭씨 사이의 온도가 되었을 때 수확을 해야만 하는데, 그 이유는 포도 안의 물은 확실히 얼고, 포도 안의 당은 얼지 않는 온도가 딱 그때이기 때문이랍니다. 또, 수확 시에는 태양이 없는 밤이어야만 하는데요.
혹독한 겨울로 유명한 캐나다이건만, 그럼에도 혹시나 그 태양 빛에 의해 와인이 녹을 우려가 있기 때문에 보통은 태양이 없는 밤에 수확을 진행한답니다.
물이 없는 당으로만 이루어진 와인이기에, 아이스와인은 사이즈가 보통 테이블 와인 (보통 750mL)들 보다는 작으며 (아이스와인은 375mL, 200mL, 100mL, 50mL로 나온답니다). 아주 달달한 디저트 와인으로 분류된답니다.
이렇게 소중한 포도의 당으로만 만든 아이스와인을 한 모금 해보시면, 꿀이나 아주 잘 익은 열대과일 향과 맛을 듬뿍 느끼실 수 있다고 하는데, 정말 맛보고 뿅 반했어요. 화이트 포도 품종으로 만든 화이트 아이스와인은 망고, 파인애플, 리치 등의 향이 가득하며, 레드 포도 품종으로 만든 레드 아이스와인은 아주 잘 익은 딸기로 만든 딸기잼, 크랜베리잼 등의 향이 입안에 가득하다고 해요.
펠러 시그니처 시리즈 비달 오크 숙성 아이스와인 2019
이런 아이스와인들은 보통 디저트 음식과 마리아쥬한다고 하네요. 아이스와인에 대한 개념도 몰랐던지라, 처음 맛본 아이스와인의 깊은 단맛에 깜짝 놀랐어요.
두 아이를 재워 놓고 신랑과 또 이런 시간을 보내니 무척 설레고 좋았어요. 국내에서도 해당 와인을 구매할 수 있는지 모르겠네요. 달고 달디단 와인이었던지라, 기억해 두기 위해 블로그에 기재해 놓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