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워킹맘의 삶의 우선순위 변화: 건강과 가족이 주는 동기부여
요즘 부쩍 뇌과학 관련 책과 건강 관련 책을 많이 읽고 있다. 한동안 재테크, 자기 계발, 경영서적 위주로 읽다가 급 선회한 느낌마저 든다. 두 아이가 커감에 따라 다른 욕심이 생기는 듯하다. 이전 같으면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고, 내가 좋아하는 것을 사며, 내가 좋아하는 것을 먹는 것에 좀 더 의미를 뒀을 테다. 그런데 키우면 키울수록 점점 더 사랑스럽고 대견한 아이들을 보며 우선순위가 많이 바뀌었다.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기보다 우리 가족을 위한 일이 무엇인지 고민하게 되고, 내가 좋아하는 것을 먹는 것보다 어떤 것을 먹어야 내가 좀 더 건강해질까를 고민한다.
건강한 신체와 건강한 정신, 더 건강하고 싶은 강력한 동기
빵, 면, 밥이라면 어느 것 하나 뺄 수 없을 만큼 무척 좋아하는 먹거리이지만 건강을 생각해서 자제하고 있다. 놀라운 것은 20대 때 첫 연애를 시작하며 남자친구에게 예뻐 보이고 싶어 식단 조절하며 운동하던 시기 보다 지금이 오히려 훨씬 더 강력한 동기부여가 된 느낌이랄까.
나 스스로에게 감탄하고 있다. 가족이라는 존재가. 사랑하는 나의 자식이라는 존재가 나에게 이렇게나 큰 의미를 주는구나.
직장 동료와 점심을 먹으러 가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던 중, 직장 동료가 뒤늦게 부재중 전화로 여러 통이 들어와 있는 것을 알게 되었다. 직장 동료 어머니가 여러 차례 전화를 했으나, 받지 못한 것이다. 부재중 전화가 한 두통이 아니라 여러 통이 들어와 있으니 초조한 마음으로 어머니께 전화를 걸었다. 큰 일이라도 난 걸까.
"휴. 어머니가 TV에서 콘크리트 바닥을 긁는 것과 비슷한 소리가 나더래요. 그래서 놀래서 전화하신 거예요. TV가 터질 것 같다면서. 놀라셔서 TV를 껐다고 하셨는데 끄고 나서도 소리가 계속 난대요."
"콘크리트 바닥을 긁는 소리가 TV에서 난다고요? TV가 터질 것 같다고요? TV 구매한 지 오래됐어요? 아니면 뭐 타는 냄새가 난다거나 그렇진 않으시대요?"
"TV를 꺼도 소리가 난다고 하시니, 그럼 TV에서 나는 소리가 아닌 것 아니냐고 여쭈어 봤는데 영 불안하다고 그러시네요."
TV 콘센트를 뺐음에도 TV에서 콘크리트 바닥을 긁는 것 같은 소리가 계속해서 난다고 걱정하시며 딸에게 전화를 거신 것. TV AS센터에 접수해도 다음 주는 되어야 방문이 가능하다고 하고, TV는 당장 터지는 것 아닌지 불안한 마음을 호소하는 어머니의 전화로 직장 동료는 입 맛이 뚝 떨어진 듯했다. 그렇다고 당장 휴가를 쓰고 집으로 들어가자니 그것도 아닌 것 같고 좌불안석이었다.
"어머니가 나이 드심이 부쩍 많이 느껴져요. 이전에는 어머니 혼자서 척척 잘해 내셨을 일을. 이제 소소한 것에도 전화를 하세요."
"그래도 안전불감증 보다 낫죠. 조심해서 나쁠 것 없다고 생각해요. 좋게 생각하세요."
한참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이제 우리가 나이가 든 만큼 부모님도 연세가 드셔서 이전과 같지 않다는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리고 1시간 정도 지나 어머니께 문자가 왔다며 보여주었다.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라고 예전 같으면 크게 놀라지 않았을 일에 나이가 드니 소소한 것에도 놀라게 된다. 바쁘게 일하고 있을 텐데 걱정을 끼쳐 미안하다.
나의 어머니가 보낸 문자가 아님에도 그 문자 내용에 눈물이 핑 돌았다.
나이 들수록 자신의 신체적 변화와 정신적 변화를 솔직하게
직장동료에게 문자 내용을 보자마자 '저도 그렇게 나이 들고 싶어요. 어머님이 너무 멋있어요.'라고 말했다.
첫 번째로 스스로 나이가 듦으로 인해 변화하는 자신의 상태를 솔직하게 드러냈다는 점이다. 아무리 가족관계라 할지라도 스스로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신체적으로 정신적으로 이러한 변화가 있다고 솔직하게 이야기하기란 쉽지 않다. 사실 나이가 들어도 난 이전과 다르지 않다고, 젊을 때와 똑같다고 생각하고 그렇게 표출하지 않나? 그런데 그런 본인의 상태를 솔직하게 표현했다는 점이 놀라웠다. 두 번째로는 나이가 들수록 자신의 생각이 옳다는 고집 또는 아집이 생겨 사과를 하기란 쉽지 않다. 특히, 부모가 자식에게 사과를 하는 것은 더욱이 말이다. 곧 칠순이 되는 어머니가 자식에게 '미안하다'라고 사과하는 것 또한 대단한 일이라 느껴져 실로 직장동료 어머님께 존경심이 들었다. 그래서 나도 그렇게 나이가 들고 싶다- 는 생각을 했다.
자식을 위해 건강하게 나이가 들고 싶다는 생각에 빠져 있던 요즘, 오늘 직장 동료의 어머님의 문자 하나가 꽤나 큰 감동으로 다가왔다. 자신의 신체적 변화와 정신적 변화를 서슴없이 고백하고, 사과할 수 있는 것. 훗날, 내가 나이 들어서도 기억해야 할 포인트인 것 같다.
나도 어느덧 40대다. 이 블로그를 처음 개설 할 때만 해도 20대였는데, 30대를 지나 어느덧 40대라니...
어떻게 하면 좀 더 건강하게 나이들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좀 더 어른스러워질 수 있을까- 를 고민하는 내게 오늘의 직장동료 어머님 통화는 많은 울림과 깨우침을 주는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