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학부모총회 꼭 참석해야 할까? 학부모총회 다녀오고 나니
유치원이나 초등학교에서 학부모총회 안내장을 받으면 고스란히 '기권'으로 회신하거나 '무응답'으로 남겨두곤 했다. 직장생활을 하고 있는 맞벌이 워킹맘인데 어쩌겠어-라는 다소 안일한 생각을 가지고 깊이 생각하지 않았던 것 같다. 첫째 아이가 초등학생이 되고 나서도 나의 포지션은 변함이 없었다. 별로 중요하지 않은 일이라고 치부하고 학부모총회는 지금껏 한 번도 가지 않았다. 아니, 유치원이나 학교에서 한다는 주요 행사는 거의 참여하지 않았다. 참관수업이나 학부모상담 또한 마찬가지다. 졸업식이나 입학식이라면 모를까.
한 때 그런 이야기를 많이 듣곤 했다.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순간, 아이가 일찍 하교하기도 하고 학교에서 이런저런 학부모에게 요청 사항이 많아지기 때문에 아이가 어릴 때 육아휴직을 쓰기보다는 아이가 초등학생이 되는 시점에 맞춰 육아휴직을 쓰는 게 낫다는 말 말이다. 그때는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했는데, 정작 첫째 아이가 초등학교를 입학하고 이제 2학년이 되었는데 여태까지 한 번도 학교에 가 본 적이 없다.
내가 맡고 있는 업무 특성상, 연초가 가장 바쁜 시기한 지라 굳이 무리해서 휴가를 내고 학교 갈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 듯하다.
1학년 학부모총회 불참 이후 2학년 학부모총회는 참석한 이유
앱으로 공지가 떴다. 학부모총회에 대한 안내다. 학교교육과정 설명회와 학부모총회를 개최한다는 내용이었다. '1학년 때도 가지 않았는데.'라는 생각으로 이번에도 '기권' 혹은 '가지 않는 것'으로 마음이 기울어져 있었다. 예정되어 있던 학부모총회일 전날, 퇴근하고 돌아온 내게 아이는 힘주어 알림장에 쓴 내용을 읽어 주었다.
"엄마, 내일 엄마가 학교에 꼭 와야 된대요. 올 수 있죠?"
늘 받는 공문 형식의 안내장을 받다가 아이의 입을 통해 직접 학교에 엄마가 꼭 와야 한다는 말을 듣고 나니, 차마 '회사일'을 이유로 거절할 수 없었다. 정작 학부모총회에 참석하는 시간은 아이와 마주칠 일이 없는 시간임에도 말이다. 다음 날, 출근하자마자 급한 일을 마무리하고 상사에게 양해를 구한 뒤, 부리나케 반차를 내고 학교로 향했다.
가는 길에도 내내 맞벌이 부모들이 많이 갈까? 워킹맘이 많이 있을까? 꼭 가야 하는 걸까? 등등 생각이 많았다. 집에서 5분 내외의 도보권에 위치한 초등학교. 걸어가며 그 사이 '학부모총회'에 대한 정보를 조금이라도 얻고 싶어 검색하기 시작했다. 학부모총회를 검색하자마자 연관 검색어로 '학부모총회룩' '학부모총회 옷' '학부모총회 복장' '학부모총회 가방' '학부모총회 옷차림' '학부모총회 의상' 등 학부모총회에 어떤 옷차림으로 참석해야 할지 많은 학부모들이 검색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허허. 정작 학부모총회에 대한 관련 정보보다 그 외 부수적인 내용에 대한 정보가 더 많다.
학부모총회 복장이 그리 중요한가? 허허. 회사 출근 복장 그대로 단정한 복장이면 되지 않을까 싶어 곧장 학교로 향했다.
학부모총회에서 하는 일
아이가 다니고 있는 초등학교의 총 학생 수는 1200명 규모. 학교 측에선 학생 수에 비해 학부모가 적게 왔다고는 하지만,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는 너무 많은 학부모가 와서 당황했다. 엄마뿐만 아니라, 학부모인 엄마 아빠가 함께 온 가정도 많았다.
학부모 총회날이다 보니 학교 교육 발전을 위한 학교와 함께 할 교육공동체 구성 및 조직을 꾸릴 것임은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다. 아이 학교의 경우, 녹색학부모회, 학부모 폴리스 등은 이미 지정이 된 상태였다. 또한 [2024학년 학교교육과정 설명회 및 학부모 총회 개최] 타이틀처럼 단순 학부모회 임원 선출만을 목적으로 하고 있진 않았다. (그래서 참석이 덜 부담스러웠던 것도 사실이다)
새로 부임한 교장 선생님이 너무 젊어 보이셔서 놀라고, 말을 조리 있게 너무 잘하셔서 놀랬다. 너무 '나 때는 말이야' 시전하고 있는 건 아닌지 모르겠으나, 연세도 많으시고 앞에서 이야기를 할 때는 상당히 '에... 음...'을 많이 붙이셨던 것 같은데, 막상 내가 학부모의 자리에 서서 교장 선생님 말씀을 들으니 사뭇 느낌이 달랐다.
또한 두 분의 교감 선생님의 이야기를 들으며 전반적인 학교 분위기를 가늠할 수 있었다. 학교 설명을 하고 나서 각 반으로 이동해 담임 선생님께서 학급 운영과 교육과정 설명을 해 주시는 것을 들을 수 있었다. 담임선생님의 얼굴을 볼 수 있기도 하고 아이가 어떤 교실에서 수업을 받는지, 학급경영에 대한 전반적인 이야기도 들을 수 있다.
학부모총회 참석 갈까 말까 고민되면 다녀오세요
학부모총회를 다녀오고 나니 좀 더 선생님에 대한 신뢰가 쌓인 느낌이다. 얼굴을 마주 보고 어떻게 학급을 꾸려갈 건지, 선생님은 어떤 교육방침을 가지고 있고, 어떤 걸 중시하는지 등등 말이다. 한 예를 들자면, 아이에게 "같은 반 친구 중 어느 친구와 제일 친해?"라는 질문을 했을 때, 돌아오는 대답이 "선생님이 단짝 친구 만들지 말라고 그랬어요."라는 대답을 먼저 듣게 되었다면 내가 과연 선생님의 의중을 알 수 있었을까.
이 날, 선생님은 아이에게 'OO는 어느 친구랑 제일 친해? 오늘은 누구랑 놀았어?"와 같은 질문은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해 주셨다. 아직 저학년이다 보니, 특정 친구와 가깝게 지내는 걸 지양하고 있다고 말이다. 단짝 친구를 만들게 되면 혹여 한 친구가 아프거나 전학을 가거나 했을 때, 아이가 느낄 상실감 외로움이 매우 크기 때문에 아이들과 함께 약속했다고 말씀해 주셨다. 좀 더 많은 친구들과 어울리고, 서로서로 챙겨주고 보살펴 주는 학급 분위기를 만들고 싶다고 말이다. 학부모총회에 다녀오지 않았더라면, 지금의 담임 선생님이 22년 차 선생님이라는 것과 중학생과 고등학생 자녀를 키우고 있는 두 아이의 엄마라는 사실, 그리고 독서를 상당히 중요시 여기는 선생님임을 알 수 없었을 거다.
사실 이런 정보는 몰라도 큰 의미가 없다고 생각할 수 있으나, 이 날 학부모총회 참석으로 나의 마음가짐이 바뀐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갔으면 더 좋았겠지만, 이제라도 참석한 게 얼마나 다행인가-라는 생각을 해 본다.
- 상황이 여의치 않아 못 가는 게 아니라, 갈까 말까 고민되어 망설이시는 거라면 다녀오시길 권유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