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킹맘 육아일기, 6세 8세 남매 아이들의 첫 심부름 도전기
요즘 부쩍 아이들이 많이 컸음을 많이 느낀다. 그리고 아이들은 본인들보다 어린 동생들을 보며 '아기'라 표현하며 어른 행세를 한다. 설거지를 하고 있으면 설거지를 돕고 싶다고 하고, 빨래를 개고 있으면 빨래 개는 것을 돕겠다고 옆에 앉는다. 모처럼의 휴일, 집에서 쉬고 있자니 첫째 아이가 심부름을 시켜 달라고 했다. 내 나이 여덟살, 초등학교 1학년 무렵 혼자 20분 거리의 초등학교도 걸어서 다니고, 부모님의 심부름도 잘 했던 기억이 있긴 하다.
요즘 세상이 워낙 흉흉하다 보니 조심스러운 부분이 있다.
분명, 첫째 아이도 초등학교 1학년이니 시키면 잘 할거라 생각하면서도 평균보다 작고 왜소한 아이다 보니 좀 더 어리게 생각하는 듯 하다. 반대로 둘째 아이는 아직 유치원을 다니는 여섯살 아이임에도 평균보다 크고 빠른 편이다 보니 좀 더 크게 생각하는 듯 하다.
"그래, 그럼 둘이 손 잡고 잘 다녀오는 거야."
"설마, 엄마가 뒤에 몰래 따라 붙고 하는 건 아니죠?"
"아니야. 엄마는 따라가지 않을 거야. 둘이서 다녀와."
초록색 부직포 가방을 손에 쥐어주고는 집 앞 편의점에 다녀오라고 두 아이들을 보냈다. 하필, 날씨도 흐리고 비도 와서 우산까지 쓰고 가야 하니 앞을 잘 못볼까봐 초조하기도 했다.
첫 심부름 하는 아이들에게 요청한 사항
1. 사야 할 물품 메모해서 아이들에게 전달
(사야 하는 물품이 보이지 않을 때 어떻게 요청해야 하는지도 직접 메모해서 전달)
2. 부직포 장바구니에 구매한 물건은 담아오기
3. 구매 영수증은 꼭 받아오기
4. 좌우 확인하고 반드시 횡단보도로 다니고 뛰지 말기
집에서 아파트를 나서는 두 아이들을 내려다 보며 지켜보다 얼마 지나지 않아 두 아이들을 따라나섰다. 엄마는 따라가지 않을거라고 했음에도 도저히 발을 동동 구르며 집 안에서 지켜 보고만 있을 순 없어 몰래 미행했다.
비가 오는 날, 우산까지 쓰고도 심부름을 척척 해 내는 모습에 정말 많이 컸음을 느꼈다. 첫 심부름 이후엔 두 번째, 세 번째... 심부름을 시키기도 했다. 가까운 편의점부터 정육점에 이르기까지...
휴가를 내고 모처럼 쉬게 된 평일엔 첫째 아이에게 학교에서 집까지 하원하는 것도 혼자 하도록 했다. 초등학교에서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는 횡단보도도 2곳이나 있고, 걸어서 10분 정도의 거리인지라 기다리는 동안 애타기도 했지만 역시나 나의 걱정을 무색하게 할 만큼 집으로 잘 돌아왔다.
정작 아이들은 계속 '할 수 있어요!'라고 하는데 엄마로서 마음이 놓이지 않았나 보다. 자꾸 '혹시나' '혹여나'하는 생각 때문에 말이다. 집 밖을 나서는 아이들에게 계속적으로 '차 조심 해야 해.' '위험하게 놀면 안돼.' 지속적으로 주지시켰다. 내가 어릴 적, 왜 그리도 어머니가 나에게 '조심'을 외쳤는 지 이제야 알 것 같다.
언제 아이들이 이렇게 훌쩍 컸지... 싶다. 그리고 아이들의 외적인 성장이야 겉모습으로 알 수 있지만 어느 정도의 심부름까지 할 수 있을 정도인지, 아이들의 내적 성장속도는 내가 쫓아가지 못하고 있었다는 생각도 들었다.
평일 주중 아침엔 출근 준비로 바쁘고, 퇴근하고 돌아오면 이미 어둑해질 무렵의 저녁인지라 아이들에게 심부름을 시켜야겠다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 주말엔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야 한다는 이유로 바로 밖으로 함께 나가다 보니 아이들에게 심부름을 시켜야겠다는 생각을 못했다. 최대한 주말 낮 시간을 활용해 아이들에게 심부름 시킬 수 있는 기회를 많이 노출시켜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