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 상담 타로카드 연애운 결혼운 해석 하기 나름인 이유
직장생활 17년 차, 부장인 나. 이제 직장생활 7년 차, 대리인 남편. 연봉으로 따지자면 2배 차이가 난다. 그러나,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곧 유명 컨설팅회사로 이직을 앞두고 있는 신랑은 그 이직 한 번으로 단 번에 내 연봉을 따라잡는다.
"우리 남편, 능력이 어마어마하네!"
엄지를 치켜세우며, 신랑의 어깨를 다독였다. 신랑은 기다렸다는 듯, 다음 해 생일 선물로 어느 브랜드의 명품백을 살지 고민해 보라며 너스레를 떤다. 신랑이 그간 어떤 마음이었을지를 너무나도 잘 알기에 '우리 오빠, 멋져! 최고!'를 외치며 아양을 떨었다.
내향적인 나와 달리, 외향적인 신랑. 타인과의 관계를 맺는 것에 서툰 나와 달리 어떤 주제로 이야기를 해야 타인과 좀 더 관계가 가까워질지 잘 아는 신랑. 좀처럼 얼굴과 이름을 매칭하지 못하는 나와 달리 한 번 본 얼굴, 이름이면 언제 다시 우연히 만나건 곧바로 알아보는 신랑. 많은 부분이 나와 다른 신랑이다. 한편으로는 그렇기에 내겐 너무나도 매력적인 사람으로, 내 곁에 두고 싶은 사람으로 보였다. 내가 가진 약점, 단점을 보완해 줄 수 있는 사람.
지금은 나의 평생 동반자이지만, 결혼하기 전엔 '과연 내가 이 남자와 결혼해서 잘 살 수 있을까?'라는 의구심을 갖게 하는 나의 남자친구였다. 친구가 사주와 타로를 잘 본다는 사주카페를 함께 가자고 하여 함께 따라나섰던 적이 있다. 사주에 비해서 가격은 저렴했으나 그저 생돈 날린다는 생각이 들어 썩 내키지 않았다. 그러면서도 타로점을 난생처음 보았던 터라, 어떻게 내가 뽑은 카드로 점을 볼 수 있다는 건지 신기하고 생소했다. 남자친구와 나와의 관계에 대한 궁금증을 가지고 카드를 뽑고 설명을 들었다. 여러 이야기를 들었는데 오래되어 기억이 나지 않는다. 하지만, 이 멘트 하나는 명확하게 기억한다.
"이 남자와 결혼하면 당신의 지위가 남자보다 낮아 진다고 합니다."
타로의 결과에 따르면, 지금의 남자친구와 결혼하면 내 지위가 더 낮아진다고 한다. 옆에서 듣고 있던 친구가 내 어깨를 툭툭 치며 '너 남자친구 지금 백수잖아. 그래서 그런가 봐!'라고 속삭였다. 아무리 사주나 타로를 믿지 않는다고는 하나, 신경이 쓰이는 것도 사실이다. 무려 지금으로부터 10년 가까이 지난 일임에도 불구하고 저 멘트는 여전히 기억하고 있는 걸 보면 말이다.
그리고 실제 결혼 후, 신랑이 취직을 할 때까지 나의 수입에만 의존하여 생계를 이어나갔으니 어찌 보면 타로점의 말이 맞기도 하다. 사실, 타로카드가 아니어도 이 정도는 누구나 예상 가능하다. 그래서 결혼을 하기까지 주위에서 꽤나 많은 사람들이 염려해 주었다.
그러다 최근 내가 원하던 회사로 이직하며 나의 가치를 올린 이후, 문득 그 생각이 들었다.
'내 지위가 낮아진다고 하더니, 내 지위가 정말 낮아졌나? 난 점점 내 지위가 높아지고 있는 것 같은데?'
신랑은 남들 부럽지 않은 국내 좋은 대학교를 나왔으나, 뜻이 맞는 친구들과 함께 사업을 시작하면서 졸업 시기가 늦어졌다. 졸업이 늦어지니 자연스레 구직 시기가 늦어졌고, 사업을 접고 본격적으로 취직하려던 때에는 평균보다 나이가 많다 보니 취직이 쉽지 않았다. 신랑이 취직하기까지 얼마나 마음고생을 했는지도 잘 알고, 뒤늦게 한 중견기업에 합격해 입사하긴 했지만 많이 위축되어 있는 것 같았다. 그러다 최근 내가 이직하고 직장생활을 잘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니 신랑도 덩달아 첫 이직 준비를 했다.
"새코마! 내가 전에 친구랑 봤다던 타로점, 기억하지? 내가 최근에 다시 생각해 봤거든? 내 지위는 타로점과 다르게 전보다 더 높아진 것 같아. 너무 만족스럽기도 하고. 이제 새코미 차례야. 타로점에 따르면 내가 새코미보다 지위가 낮아진다고 했으니, 새코미가 나보다 더 높은 지위를 얻는다는 거잖아. 걱정하지 마. 이번 면접, 좋은 결과 나올 거니까."
최종 면접을 앞두고 초조해하는 신랑에게 이야기해 주었다. 이럴 땐 타로점이 요긴하다는 생각을 하며 말이다.
매사 어떤 일이 있으면 그 일의 방향을 나 스스로 잘 설정하는 듯하다. 나의 강점이기도 하다. 부정적으로 볼 수 있는 부분을 다르게 해석하여 어떻게 해서든 나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설정한다. 타로 카드 결과물에 의존해 '역시, 백수와 결혼은 아닌 것 같아. 나 결혼 안 해!'라고 결론지어버렸다면, 아마 지금처럼 멋진 가정을 꾸리지 못했을지 모른다.
아마 타로 카드 결과물이 또 다른 어떤 부정적인 결과가 나왔더라도 난 또 아마 다르게 생각해 보며 그 방향을 바꿨을 것 같다. 어떻게 해서든 긍정적인 방향으로, 그리고 어떻게 해서든 긍정적인 결과가 나오게 바꿨겠지. 미래를 알 수 없다는 불안감 때문에 사주나 타로에 의존하는 건 이해하지만, 혹여나 그 결과물이 부정적이어도 너무 연연하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생각하기 나름이고 해석하기 나름이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