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하기 싫다는 여자친구, 왜?! 그녀가 결혼하기 싫은 이유
지금은 애 둘 낳고 잘 먹고 잘 살고 있지만, 결혼 전까지만 해도 '결혼은 무서운 것'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었습니다.
그리고 결혼은 별나라 이야기였어요. 저와는 전혀 무관한 이야기일거라 생각했죠. 그렇다고 연애를 거부한 것은 아닙니다. 연애를 하면서도 결혼까지는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첫째, 자라온 환경
안타깝게도 아버지의 영향이 가장 컸습니다. 어린 나이에 부모님의 이혼을 경험하면서 결혼의 한계성을 너무 일찍 경험해 버린거죠. 결혼을 하면 부부가 결혼 반지를 끼고 평생 함께 사는 줄로만 알았는데 그게 아님을 가장 가까운 가족을 통해 깨닫고 나면 결혼의 덧없음을 깨닫고 크게 실망하게 됩니다. 안타깝게도 부모의 이혼은 자식에게 영향을 줍니다.
가정 내 아버지의 모습을 보고 결혼에 대한 해석이 달라 집니다. 저와는 반대로 어린 나이때부터 아버지가 집안 살림을 어머니와 함께 하며 다정다감한 모습을 보며 자란 친구는 아버지와 같은 남자를 만나 결혼하고 싶다는 이야기를 참 많이 했었습니다. 전 가정을 버리고 바람난 아버지와 같은 남자를 만날까봐 두려워 결혼하지 않겠다는 말을 많이 했었는데 말이죠. 이처럼 자라온 환경에 영향을 받아 결혼에 대한 신념이 생깁니다.
연애를 하지만, 결혼은 하지 않겠다는 비혼주의자가 많이 생겨나고 연애 자체에 대해서도 거부하게 되는 부분 모두 자라온 환경에 어떠한 영향이 있었던 건 아닌가 생각해 보게 됩니다.
둘째, 사회에 만연한 성희롱 그리고 성추행
여자라면 공공장소에서의 성추행 경험이 최소 한 번 이상은 모두 가지고 있을 겁니다. 성에 대한 인식이 제대로 잡혀져 있지 않은 상태에서 경험한 성희롱이나 성추행은 이성에 대한 반감을 갖게 만듭니다. 어린 나이에 경험한 성추행을 성인이 되고 나서야, 아, 그게 성추행이었구나... 라는 것을 인지하는 시기가 되면 이성을 볼 때 경계심을 갖게 됩니다. 그래서 어린 아동을 대상으로 한 성추행이나 성폭행 등은 더 큰 처벌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구요.
아동기에 경험한 가벼운 성추행 수준이라고 할지라도 성인이 되고 나서도 또 그러한 일을 겪고 나면 '일반화의 오류'를 저지르곤 하죠. '모든 남자는 변태다' 와 같은?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음을, 직접 만나보고 경험해 보아야만 이성에 대한 반감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전 공공장소에서 도움의 손길을 내밀어 준 남성분의 도움을 받으면서 '모든 남자는 다 변태야!' 라는 철없던 생각에서 벗어날 수 있었습니다. 버스 내에서, 지하철 내에서 나이 불문, 세대 불문 다양하게 접한 변태가 모든 남자를 대변하는 건 아니라는 사실을 인지해야 합니다.
일반인과 변태로 구분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라면 성욕을 가지고 있는데, 그 성욕이 공공장소에서도 무분별하게 발현되는 비이성적인 사람이구나... 라고 생각하는 편이 오히려 더 낫습니다.
"어머, 왜 이러세요? 성욕이 발현되셨군요?! 성욕 억제가 잘 안되셨나봐요?" (비웃음)
다음엔 얼굴을 똑바로 마주보고 이렇게 이야기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셋째, 여전히 비합리적인 결혼문화
온 가족이 함께 TV를 시청하는 시간, 8시나 9시 무렵의 일일드라마는 여전히 가부장적이고 고리타분한 스토리로 가득합니다. '시댁'이라는 이유로 극진히 모셔야 하는 것처럼 일일드라마에서 많이 묘사되기도 하구요. 반대로 '친정'은 등한시 되는 것처럼 보여지죠. (왜 아직까지 그런 삼류 드라마가 일일드라마랍시고 인기를 끄는지 이해불가 입니다)
요즘은 이전보다 결혼과 동시에 독립된 가정으로 인정해주고 격려 해주는 가정도 있지만, 여전히 '우리 아들' '내 아들' 로 감싸며 장남으로서의 역할을 강조하는 가정 또한 여전히 존재합니다.
'우리 아들, 내 노후를 책임져 줘.' 라는 분위기랄까요. '에이, 우리 엄마는 그런 분 아니셔!' 라고 하지만, 막상 만나면 60년대, 70년대식 마인드.
결혼은 남녀 둘만의 문제가 아니고, 연애와 달리 양가 집안 문화가 엮여 있는 지라 여자 입장에선 신중에 더 신중을 기하게 되죠. 5년 이상의 장기연애를 한다고 해도 결혼 후에 맞닥뜨리게 되는 결혼 문화는 사전에 절대 알 수 없습니다. 위험부담을 안고 결혼을 하느니, 그냥 연애만 하자- 라는 경우가 요즘 더욱 많은 이유이기도 합니다.
"만나면 좋다고 하고, 저를 사랑한다고 하는데, 여자친구가 결혼은 하기 싫어해요. 왜죠?"
결혼하기 싫다는 여자친구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 지 모르겠다는 상담 문의에 대한 저의 답변은, 분명 위와 같은 이유 또는 다른 속사정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것입니다.
신랑과 저는 맞벌이 부부 입니다. 함께 맞벌이를 하며 두 아이를 키우는데 신랑이 집안 살림을 도와주지 않고, 육아 또한 오롯이 제 몫이었다면 전 아마 계속 되내었을거에요. '이 결혼을 왜 한거지?' 라면서 말이죠. 결혼 후 대화를 통해 타협하고 함께 나눌 수 있는 몫은 나누고 양가가 우리 가정에 개입하는 부분에 대해서도 조율 하는 과정이 필수적입니다. 결혼하기 전, 연인과 결혼을 앞두고 있다면 특히 미리 충분히 대화를 나누는 것이 중요합니다.
막연하게 '우리 부모님은 그런 분 아니야.' 내지는 '너가 자라온 환경이 잘못된거야!' 라고 탓하기 보다는 말이죠. 결혼하기 싫다는 여자친구가 왜 그런 생각을 가지게 된 건지 생각해 보고,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자리를 가졌으면 좋겠네요. 정말 사랑하는 사이라면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