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들은 나이 많은 남자를 좋아한다 - 당신은 김용건이 아닙니다
헤어 스타일에 변화를 주고 싶어 단발로 머리를 자르고 회사로 출근한 어느날, 직장 상사가 제게 물었습니다.
"드디어 남자친구와 헤어진겨?"
농담으로 하신 말씀이었지만, 꽤나 충격적인 말이었습니다.
'아니. 지금 시대가 어떤 시대인데 머리 잘랐다고 연인과 헤어졌다고 생각하는거지?'
뒤이어 직장 상사가 한 말은 더욱 충격적이었습니다.
"나랑 나이가 동갑인데, (저기, 상무님과 동갑이면 50대 아닌가요?) 요즘 많이 외로운가봐. 만나볼래? (저기, 외로우시면 또래를 만나시지, 왜 저를?) 서울 핵심지에 있는 ㅇㅇ아파트 두 채 가지고 있어. 알지? 거기 재건축 하면 날아가는거. 지금도 이미 탑이잖아." (저기, 돈 보고 그 사람을 만나보라는건가요?)
당시 20대 신입사원이었던터라, 돈 많은 남자라면 혹 할 줄 알았는지 구구절절 나이 많은 남자를 소개시켜 주며 오로지 돈과 자산에 대해 언급하는 부분이 마음에 들지 않았습니다. 전 서울 핵심지에 있는 아파트에 관심도 없었을 뿐더러 무엇보다 그 상사분 연배가 저희 아버지 뻘이었던터라 정말 불쾌하기 짝이 없었습니다.
"아니, 어떻게 나한테 그런 말을 할 수 있지? 제정신이야? 아, 지나고 나서도 분이 안풀리네. 그 자리에서 질렀어야 되나."
"미쳤네. 미쳤어."
직장 상사이다 보니, 그 말을 듣고 곧장 화를 낼 순 없었지만 (그럴 겨를도 없었네요) 솟구친 화는 좀처럼 진정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그로부터 10년이 지나, 얼마전 또 한 번 비슷한 말을 들었어요.
연예인 남자배우인 김용건의 혼전임신 스캔들로 하루종일 시끄러웠는데요. 배우 김용건 나이가 75세인데 비해 그 여인의 나이가 무려 39세 연하라는 부분 때문이었는데요. 20대 여성이 60대 남성을 만났다는 것에 대해 모두가 황당한데, 그 와중에 당당하게 질문하시는 이 분.
"허허. 여자들이 그런가봐? 여자들이 나이 많은 남자를 좋아하나?" (음흉미소)
마치 '나도 나이가 많으니 젊은 여자들이 나 좋다고 할 수도 있지 않을까?' 라는 말을 입가에 머금은 채, 음흉한 미소를 지어보이는 모습에 함께 있던 여자직원들이 모두 '으악!' 소리 질렀습니다. 특정 여자가 그렇다고 하여 그 여자를 일반화 시켜 대다수의 여자가 그렇다- 라고 생각하는 것에서 모순, 그리고 결정적으로 그 분은 김용건 배우처럼 재산 분할로 이슈가 있을만큼의 이렇다할 재산이 어마어마하게 있는 분도 아니었습니다. (일단 재력이라도 갖추고 와서 언급해 보시죠)
그 여자는 '나이 많은 남자' 김용건을 좋아한 것이 아니라 '(돈도 많은) 김용건'을 좋아하는데 김용건 배우의 나이가 많은 거겠죠. (물론, 사람이 좋은 게 아니라 100% 뒷배경(만) 좋았을 수도 있구요)
어쨌거나 그 사람은 김용건이 아닌데,
60대 상사분이 '혹시... 나도... (가능)???' 하는 표정으로 20대 젊은 여자직원들을 둘러 보던 표정이 잊혀지지 않네요.
어우... 소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