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가 좋다/영화*뮤지컬*공연

임산부가 본 영화 <곡성>, 선과 악을 따지기 전 생각해봐야 할 '의심'

버섯공주 2016. 5. 17. 18:15

임산부가 본 영화 <곡성>, 선과 악을 따지기 전 생각해봐야 할 것 - 의심은 악을 만들어 낸다


개인적으로 공포영화를 잘 보는 편이라고 생각합니다. (응?) 잔인한 영화도 꽤 잘 보는 편이라고 생각하고요. (응?) 꽤나 담담한 척을 하며 씩씩하게 잘 보죠. 



어제 신랑과 함께 영화 <곡성> 을 보고 왔습니다. (스포일러 있습니다)


"어머! 15세 관람가? 이 정도 쯤이야..."


19세 미만 관람불가도 아니고 15세면 무난하겠네... 라는 생각으로 임신 중기에 접어든 -.- 저는 신랑을 조르고 졸라 함께 <곡성> 을 봤죠. 곽병규 역의 곽도원, 일광 역의 황정민. 캬! 일단 믿고 보는 배우. 연기 하나로는 깔 수 없죠. 


개인적으로 다양한 해석이 나오는, 그리고 영화를 보고 생각에 젖어들게 만드는 영화를 좋아하는 편인데요. 그 대표작이 <인셉션> 이라 생각하고요. 


[리뷰가 좋다/영화*뮤지컬*공연] - 인셉션, 당신은 어떻게 인셉션 당했는가?

 

국내 영화이자 미스터리, 스릴러물(이라고는 하나 제 개인적으로는 공포물, 오컬트물이라고 분류하고픈)이 생각을 거듭하게끔 한 영화는 제 기준에선 처음인 듯 합니다. 


영화 <곡성> 포스터 타이틀이 이미 힌트를 주고 있는 듯 합니다. 


절대 현혹되지 마라


어떠한 스포일러도 보지 않고 곡성의 사전 정보도 없이 보러 간 영화, 그래서인지 포스터도 영화를 보고 나서야 봤네요. 영화를 보고 난 후, 제가 생각하는 결말과 영화 <곡성> 을 본 다른 이들의 결말 해석을 비교해 보는 재미도 쏠쏠했는데요.


대다수 <일본인(외지인)=악, 황정민=악의 추종자, 천우희=선> 으로 분류를 하더군요. 저 역시, 표면적으로 드러나는 결말은 그렇게 보고 있습니다만, 단순히 누가 악이고 누가 선이고... 의 이야기에 초점을 두기 보다는... 전 다른 시각으로 영화를 봤어요. 누가 선이건, 누가 악이건, 그건 떠나서...



영화 초반, 곽도원과 곽도원 동료 경찰관이 서로 대화를 나누죠. 동료 경찰관이 소문 들었냐며 저 사건이 사실 독버섯 때문이 아니라, 외지인(일본인) 때문이라는 소문이 있다며 그 때까지만 해도 곽도원은 무슨 말도 안되는 소리를 하냐는 반응이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되려 그 동료 경찰관보다 더 격하게 외지인을 의심합니다. 곽도원은 '카더라' 소문에 현혹된 듯 합니다.


곽도원은 '야생 독버섯 때문' 이라는 결과를 그대로 믿어도 되는데 그것을 믿지 않고 끊임없이 의심을 하면서 일을 크게 벌리는 느낌 마저 듭니다. 영화 마지막 부분, 천우희가 곽도원, 너가 의심하고 해코지를 했기 때문에 딸이 아프다고 말한 이유 역시, 초반 딸에게 나타난 증상은 사실 독버섯 때문이었는데 근거 없이 외지인을 의심했기 때문에 되려 너가 저주를 받았다- 라는 의미가 아닐까 싶습니다.  


곽도원은 천우희에게 악을 쓰며 아니라고, 그 자가 먼저 내 딸을 아프게 했기 때문이라고 이야기 하지만 말이죠. 



영화를 보는 내내 사람은 역시, 자기가 믿고 싶은 대로 믿어 버린다는 생각이 크게 들었습니다. 


차 안에서 곽도원 부부가 관계를 맺는 장면을 딸 효진이 몰래 본 장면이라던지, 곽도원과 대화를 나누면서 이번이 처음 본 것도 아니다라고 하는 부분도 그렇고 딸 효진은 외지인에게 성폭행을 당한 것 같았습니다. "무엇이 중한지도 모르면서!" 라고 악을 쓰는 딸 효진의 모습은 성폭행을 당한 딸 아이의 트라우마를 보여주는 것 같았어요. 저주가 씌었다거나 귀신에 씌인 모습이라기 보다는 정말 성폭행을 당한 여린 여자 아이의 모습 같기만 했습니다. 


딸 효진이 아버지를 향해 악을 쓰고 욕을 하며 '무엇이 중요한 지도 모르면서!' 라고 외치는 부분은 '누가 그랬느냐' '어떻게 된 거냐' '처음부터 끝까지 자세히 다 말해봐라' 라고 다그치는 곽도원의 모습을 더욱 한심하게 보이게끔 만들었습니다. 이왕 벌어진 일, 힘든 상황에 놓여진 딸을 어르고 달래고 딸 효진이 믿고 의지할 수 있는 아버지의 모습이라기 보다 사건 문제 해결에만 초점이 가 있는 경찰의 모습이 강해서 말이죠. 



영화 초반 표면적으로 드러날 수 있는 부분은 '독버섯으로 인한 두드러기 + 성폭행을 당한 딸 효진의 트라우마' 복합적인 양상이었다고 보여집니다. 이 상황에 불을 붙이는 이가 등장하니 바로 장모입니다. 장모가 효진에게 귀신이 씌었다며 무속인을 부른다고 할 때부터 갑갑해 지기 시작하더군요. -.-



효진을 살리기 위해 무속인 일광(황정민)을 만나는 곽도원. 아주 위험한 일이라며 살을 날리는데 천만원 정도는 들지 않겠냐고 되묻는 황정민의 모습에서 전 이미 '문제를 해결해 줄 무당'이 아닌 '돈 욕심에 가득 찬 무당' 이라는 느낌이 강했습니다. 그러나 곽도원은 무당에 대한 의심은 하지 않죠. 그리도 쉽게 '외지인'에 대해서는 의심을 했으면서 말이죠.



일본인(외지인)=악, 황정민=악의 추종자(외지인과 같은 편), 천우희=선 이러한 관계를 다 버리고 보더라도, 곽도원은 '사실 관계'를 제대로 이해하고 확인하기 전에 '의심'하고 '확신' 합니다. '마녀사냥' 하듯이 말이죠. 



처음부터 외지인이 '악마'였던 것이 아니라 끝없는 '의심'과 '믿음'으로 '악마'를 만들어 낸 게 아닌가 싶어요. 


'우리를 시험에 들게 하지 마옵시고' 라는 성경 구절이 자꾸 생각나더군요. 


우리의 이성을 시험하고 현혹하는 사건이 곳곳에서 일어납니다. 영화 속 곽도원이 단순히 영화 속 인물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우리 사회의 일단면을 보여주고 있는 듯 하기도 하고요. 


임산부가 보기엔 다소 무서운 -.- 영화인 듯 해요. 뭐 그래도 애기 낳으면 영화 언제 보러가겠냐는 생각에 보고 말았지만 말입니다. 


여러분이 본 영화 '곡성'은 어떤 의미로 다가왔나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