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말하다/일상 속 소소한 이야기

카톡 해킹으로 인한 카카오톡 피싱 “돈 빌려 달라” 알고 보니

버섯공주 2015. 11. 2. 13:19

카카오톡 해킹 의심, “돈 빌려 달라” 알고 보니 해킹이 아니네? 사람에 실망하다, 카카오톡 계정 탈퇴 

스마트폰이 대중화 되면서 언제부턴가 모두들 문자보다는 카카오톡을, 전화 통화 보다는 카카오톡을 선호하게 된 듯 합니다. 저 역시, 웬만한 일은 모두 카카오톡으로 이야기를 나누는 편이니 말이죠. 전화를 할까 하다가도 카카오톡으로 메시지를 남기게 되는 듯 합니다.

 

얼마 전, 너무 당황스러운 일을 겪었습니다.




 

200만원을 융통해 달라는 카카오톡 메시지가 온 건데요. 

 

"요즘은 카카오톡도 해킹 당하는구나."
"그렇지? 해킹 당한 것 같지?"
"알고 지낸 지 1년도 채 안된 사이라며. 거기다 한 두 푼도 아니고 200만원을 당일 빌려 달라고 문자도 아니고, 전화도 아닌 카카오톡으로 띡 보내? 해킹이야!"
"응. 나도 그렇게 생각해. 그런데 말투라던지, 마감이라 바쁜 거라던지, 그런 사실을 알고 있다는 게 너무 놀라워서. 요즘엔 카톡피싱도 수준 있게 하네. 정말 깜빡 속아 넘어가겠는걸?"

 

네이트온 해킹 사건 이후로 네이트온으로 급전이 필요하다는 사람이 많았던 것처럼, 이번엔 카카오톡이 해킹을 당했구나- 으레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실제 검색을 해 보니 카카오톡 해킹 사례도 많은 듯 하고, 카톡피싱 주의 기사도 많아 그런 줄로만 알았죠.

 

"폰 잃어버리셨어요?"
"아뇨."
"어? 그렇다면 아무래도 카카오톡 계정 해킹 당하신 듯 해요."
"어? 그래요? 그런데 제 계정이 해킹 당한 건 어떻게 아셨어요?"
"글쎄, 엊그제 선생님 카톡 계정으로 저한테 누가 돈을 빌려 달라고 한 거 있죠?"
"아, 선생님. 그건 제가 맞아요."

 

예상 못한 대답에 할 말을 잃었습니다.

 

알고 지낸 지 1년도 채 되지 않는 관계, 기껏 1주일에 한 번, 그것도 1시간 남짓 보는 사이, 서로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관계, 공적으로만 만나고 사적으로는 만나서 이야기 나눠보지도 않은 관계… 그런데 전화 통화도 아니고 문자도 아니고, 카카오톡으로 200만원을 빌려달라는 말을?

 

너무 큰 충격…

 

"말도 안돼! 난 너랑 알고 지낸 지 10년이 넘었지만 거의 매일 같이 보는 사이인데도 너한테 당일 200만원 빌려 달라는 말 감히 못한다고. 그런데 전화 통화도 아니고 카카오톡으로 돈을 빌려 달라는 말을 했담 말이야?"
"내가 이상한 걸까?"

 

곰곰이 생각해 보았습니다.

 

정말 나와 가깝고 친한 사람들은 카카오톡보다는 전화 통화를 더 많이 하고 있다는 사실, 그리고 업무적으로 상사가 제게 지시할 일이 있을 때도 카카오톡보다는 문자를, 전화를 더 많이 한다는 사실. 바로 카카오톡을 탈퇴하고 삭제했습니다. 


난 상대방의 전화번호 조차 모르고 사석으로 자리를 한 적 조차 없는데... 난 그 사람과 그리 가깝지 않은데, 아직까지도 충격이 너무 커서 좀처럼 헤어나오기 힘듭니다. 내가 갑부딸로 보였나? 아님, 내가 돈을 막 쓰는 사람으로 보였나? 내가 하루 200만원쯤은 융통할 수 있을 정도로 여유 있어 보였나? 그 사람은 나의 직업도, 나의 집도, 나의 가족도, 집안사정도 어느 것 하나 제대로 알고 있지 않는 그런 사람인데…


당연히 해킹이겠거니- 했던 제 예상과 철저히, 제대로 빗나가고 나니 정신이 없습니다. ㅠ_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