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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10년 차 맞벌이 부부의 현실|우리는 전형적인 부부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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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전은 아내가, 네비게이션은 남편이 맡는 비전형적인 부부의 역할 분담

결혼 10년 차 맞벌이 부부가 전형적인 역할에서 벗어나 각자 잘하는 걸 나누며 살아온 현실적인 결혼 생활 이야기.

결혼 10년 차 맞벌이 부부로 살아오며, 우리는 전형적인 역할에서 조금 벗어난 선택을 해왔다.
우리는 흔히 말하는 일반적인, 전형적인 부부가 아니다.
신랑은 에겐남 스타일이고, 나는 테토녀에 가깝다.
신랑은 다정하고 자상하고,
나는 상대적으로 결단이 빠르고 생활력이 강하다.

사람들이 들으면 꼭 덧붙이는 말이 있다.
“그래서 잘 맞아요?”
“안 힘들어요?”

이 질문을 들을 때마다 나는 조금 웃게 된다.
왜냐하면, 힘들기보다는 오히려 편하기 때문이다.

남자는 이래야 한다, 여자는 저래야 한다는 말들

나는 오래전부터
‘남자는 남자다워야 한다’,
‘여자는 여자다워야 한다’는 말에 동의하지 않았다.

그 말 속에는 늘
누군가에게 역할을 강요하는 기분이 담겨 있었기 때문이다.

남자는 운전을 해야 하고,
여자는 조수석에 앉아야 한다거나
남자가 가장이 되어야 하고,
여자는 보조 역할이어야 한다거나.

그런 기준은
우리 부부에게는 처음부터 잘 맞지 않았다.

남편은 면허가 없다 맞벌이 부부 잘하는 걸 하면 된다

놀랍게도, 나는 운전을 하고 신랑은 면허가 없다

사람들이 가장 놀라는 부분이 바로 이거다.
신랑은 아직도 운전면허가 없다.

반면 나는 면허가 있고,
차를 몰고 가족을 이끈다.

이 이야기를 하면
주위에서는 꼭 이렇게 말한다.

“와… 힘들겠다.”
“불편하지 않아?”
“남자가 운전을 못 하면 답답하지 않아?”

그럴 때마다
나는 고개를 젓는다.

아니, 전혀.

나는 운전을 하고, 신랑은 인간 네비게이터가 된다

우리가 함께 차를 탈 때의 풍경은 이렇다.

나는 운전대를 잡고,
신랑은 조수석에서 아이들을 챙긴다.
뒤에서 아이가 뭐가 떨어졌다고 하면 먼저 손을 뻗고,
졸리다고 하면 먼저 담요를 챙긴다.

그리고 무엇보다,
신랑은 인간 네비게이터다.

내가 운전에 집중하느라
네비게이션 화면을 제대로 못 볼 때,
신랑은 늘 한 박자 먼저 말해준다.

“이제 우회전이야.”
“조금만 가면 차선 바뀌어야 해.”
“여기서 막힐 것 같아.”

그 목소리를 들으면
나는 운전이 훨씬 편해진다.

운전은 내가 하지만,
길을 함께 가는 느낌이 분명히 있다.

결혼 후 가족이 늘어나며 달라진 일상의 순간

내가 가지지 못한 섬세함을 가진 사람

나는 인정한다.
나는 섬세한 편은 아니다.

결정은 빠르지만,
사소한 감정의 변화를 놓칠 때도 많고
아이들 표정 하나하나를 읽는 데는
신랑보다 둔하다.

그런데 신랑은 다르다.

아이들 표정이 조금만 달라져도 알아채고,
말투가 달라지면 이유를 묻고,
괜히 울컥해 있는 나를
굳이 캐묻지 않고 옆에 조용히 있어준다.

나는 그런 섬세함을
억지로 흉내 낼 필요가 없어서 좋다.
그 역할은 이미,
신랑이 너무 잘해주고 있으니까.

나보다 더 섬세한 남편

결혼할 때, 신랑은 백수였다

이 이야기를 하면
아직도 고개를 갸웃하는 사람들이 있다.

결혼 당시,
나는 이미 직장 생활을 시작했고
신랑은 백수였다.

당시에는
“괜찮겠어?”
“불안하지 않아?”
라는 말을 정말 많이 들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나는 그 시기가 불안하기보다는
솔직했다고 느낀다.

누가 무엇을 더 가졌는지보다
누가 무엇을 잘하는지,
누가 어떤 사람인지가 더 분명했기 때문이다.

 

각자 잘하는 걸 하면 된다

결혼 10년 차가 되어보니
이 문장이 가장 정확한 것 같다.

각자 잘하는 걸 하면 된다

운전을 잘하는 사람이 운전하고,
아이 마음을 잘 읽는 사람이 아이를 돌보고,
결정을 잘하는 사람이 결정을 하고,
기다려줄 줄 아는 사람이 기다려주면 된다.

그게 꼭
성별과 나이,
사회가 정한 역할과 일치할 필요는 없다.

우리는 역할을 바꾼 게 아니라, 나눈 것이다

사람들은 가끔
“역할이 바뀐 부부”라고 말한다.

하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우리는 바꾼 게 아니라,
나눈 것에 가깝다.

누군가를 대신한 게 아니라
각자의 강점을 자연스럽게 맡았을 뿐이다.

그래서인지
10년이 지나도
우리의 결혼은
크게 소모되지 않았다.

집에서 함께 보내는 부부의 저녁 오늘은 누가 요리할까

일반적이지 않아서, 오히려 오래 간다

결혼 10년 차가 되니
이제는 안다.

전형적인 부부의 모습이
꼭 안정적인 것도 아니고,
비전형적인 부부가
꼭 힘든 것도 아니라는 걸.

오히려
서로를 특정 틀에 넣지 않았기 때문에
우리는 지금까지 올 수 있었던 것 같다.

그래서 내가 하고픈 말은

나는 여전히 운전을 하고,
신랑은 여전히 면허가 없다.
하지만 그게 우리를 불완전하게 만들지는 않는다.

오히려 그 덕분에
우리는 서로의 빈자리를
자연스럽게 채우며 살아간다.

결혼은
누가 더 '일반적이냐' '전형적이냐' 를 겨루는 일이 아니라,
서로가 가진 다름을 얼마나 편안하게 받아들이느냐의 문제라는 걸
10년 차가 되어 이제야 조금 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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