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 전, 저는 이 블로그에 "결혼은 정말 미친 짓일까"라는 글을 썼어요. 그때 저는 거의 신혼이었어요. 결혼이 뭔지도 잘 모르면서, 준비 과정에서 받은 스트레스에 지쳐 반쯤 홧김에 적은 글이었죠.
그 글을 오늘 다시 열어봤어요. 아이 둘을 키우는 결혼 8년차가 되어서요.
솔직히 조금 무서웠어요. 그때 제가 뭐라고 써놨을지. 어린 마음에 적어둔 치기 어린 말들이 부끄러울까 봐요. 그런데 다시 읽고 든 생각은 좀 의외였어요. 그때 적어둔 3가지는, 8년이 지난 지금도 거의 다 맞았거든요.
결론부터 말하면 이래요. 결혼 전에 꼭 명심했으면 하는 건 여전히 세 가지고, 그중 두 개는 살아보니 오히려 더 중요해졌어요. 오늘은 그 세 가지를 신혼의 저와 8년차의 제가 같이 이야기해볼게요.
① 「이 사람 없으면 안 되겠다」 — 지금도 맞아요, 다만 그 확신의 정체는 달랐어요
8년 전의 저는 이렇게 썼어요. "이 사람 없으면 안 되겠는지, 평생을 함께할 만큼 사랑하는지 스스로에게 계속 물어보라"고요. 지금도 이 말은 맞다고 생각해요. 다만 그때 제가 상상한 '이 사람 없으면 안 되는' 감정과, 지금 제가 아는 그 감정은 좀 달라요.
신혼 때는 그게 설렘이나 애틋함 같은 거라고 생각했어요. 보고 싶고, 붙어 있고 싶고, 없으면 허전한 마음이요. 그런데 8년을 살아보니 '없으면 안 된다'는 건 두근거림이 아니더라고요. 훨씬 담담한 거였어요. 아플 때 옆에 있어 주는 사람, 제가 놓친 걸 대신 챙겨주는 사람, 최악의 순간에도 등을 돌리지 않을 거라는 믿음이요.
확신은 감정이 아니라 신뢰였어요. 그러니 결혼 전에 "이 사람과 평생?"을 물으실 때, 지금 얼마나 설레는지 말고 이걸 물어보셨으면 좋겠어요. 내가 제일 초라할 때 이 사람 앞에 있어도 괜찮은가. 그 답이 '응'이면, 그게 신혼의 설렘보다 훨씬 오래 가요.
② 서로에게 숨김이 없을 것 — 8년 살아보니 이게 제일 중요했어요
세 가지 중에 딱 하나만 남기라면, 저는 이걸 고르겠어요. 숨김 없는 대화요. 부부는 친구도, 시댁도, 친정도 아닌 '두 사람'이 주인공이잖아요. 그런데 정작 그 두 사람이 서로한테 제일 말을 안 하는 경우가 많아요. 돈이 부족한 것도, 힘든 것도, 불안한 것도, 괜히 걱정 끼칠까 봐 혼자 삼키거든요.
살아보니 그게 제일 위험했어요. 초반에 저희가 소소한 일로 크게 다퉜던 것도 대부분 그거였어요. 별거 아닌 걸 그때그때 말 안 하고 미뤄두다가, 나중에 한꺼번에 터진 거죠. 문제 자체가 큰 게 아니라, 쌓아둔 시간이 문제를 키웠던 거예요.
그래서 지금은 웬만하면 그 자리에서 말해요. 서운한 것도, 부담스러운 것도요. 처음엔 그게 더 싸움 나는 것 같았는데, 지나고 보니 이게 안 싸우는 길이더라고요.
③ 싸울 때 약점과 가족은 건드리지 마세요 — 상처는 정말 오래 가요
8년 전에도 썼지만, 지금은 더 확신해요. 싸우다 보면 이기고 싶어져요. 그래서 제일 아플 자리를 찾게 되죠. 상대의 콤플렉스, 상대의 가족, 예전에 실수했던 일. 그걸 꺼내면 그 순간엔 이긴 것 같아요. 그런데 그 말은 싸움이 끝나도 안 사라져요.
싸움의 원인은 대개 며칠이면 잊혀요. 근데 그때 뱉은 "네 부모가 그러니까 네가 그렇지" 같은 말은, 몇 년이 지나도 상대 마음에 박혀 있어요. 다툼은 풀리는데, 말로 낸 상처는 안 풀리더라고요.
그러니 화가 머리끝까지 나도, 건드리면 안 되는 선은 정해두세요. 이건 참는 게 아니라, 관계를 지키는 최소한의 룰이에요.
예단 때문에 울던 그때, 그런데 지금은…
사실 그 글을 쓰게 된 진짜 이유가 이거였어요. 결혼 준비요.
저희는 비용을 50:50으로 하기로 했었어요. 그런데 그때 남편은 아직 취업 전이었어요. 그래서 결혼 비용은 제가 많이 부담하는 쪽으로 흘러갔죠. 그것까진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사랑해서 하는 결혼이니까요.
문제는 그다음이었어요. 제가 거의 다 부담하다시피 하는데도, 시댁에서는 예단을 요구했어요. 그때 그게 정말 크게 다가왔어요. 억울하고, 서럽고, 밤에 잠도 안 왔어요. '내가 이렇게까지 하는데 왜?' 하는 마음이요. 솔직히 이 결혼을 해야 하나 싶은 순간도 있었어요.
근데 지금 돌아보면요. 그게 그렇게까지 마음에 담아둘 일이었나 싶어요.
어쨌거나 저는 좋은 사람을 만났고, 두 아이를 낳아 예쁘게 잘 살고 있거든요. 그 예단이, 그때의 그 돈이, 8년이 지난 지금의 행복에 흠집 하나 내지 못했어요. 그때는 세상이 무너질 것 같던 문제가, 길게 보니 긴 이야기의 각주 하나였어요.
다만, 지금 그 한가운데 계신 분께 "별거 아니에요"라고 쉽게 말하고 싶진 않아요. 그 말은 그때의 저한테도 안 통했을 테니까요. 그저, 지금 그게 너무 크게 느껴지는 게 당연하다는 것. 그리고 시간이 생각보다 많은 걸 별거 아닌 걸로 만들어준다는 것. 그거 하나는 미리 알려드리고 싶었어요.
그럼에도, 결혼하길 잘했다 싶은 순간
좋은 얘기도 해야죠.
저는 극 I형이에요. 낯을 많이 가리고, 남한테 뭘 잘 못 물어봐요. 궁금한 게 있어도 혼자 끙끙대다 마는 사람이죠. 그런데 남편은 제가 머뭇거리는 그 순간에 대신 나서서 물어봐 주고, 챙겨줘요. 제가 성격상 못 하는 걸 아무렇지 않게 해줄 때, 저는 "아, 이래서 같이 사는구나" 싶어요.
제가 나름 꼼꼼히 챙긴다고 챙겼는데도 놓친 부분을, 남편이 슥 챙겨줄 때도 그래요. 혼자였으면 놓쳤을 것들이 둘이라서 메워지거든요. 그 순간들이 쌓여서 '결혼하길 잘했다'가 되는 것 같아요.
물론 좋기만 했던 건 아니에요. 아까 말했듯 초반엔 진짜 소소한 일로 시작한 게 큰 싸움으로 번지곤 했어요. 그럴 때가 제일 힘들었어요. 별것도 아닌 걸로 왜 이렇게까지 됐지 싶은 마음이요. 근데 그것도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럽게 없어졌어요. 서로가 어떤 사람인지 알게 되니까요. 요즘은 크게 싸울 일이 거의 없어요. 상대의 스타일을 아니까, 지뢰를 밟을 일이 줄어든 거죠.
마무리 - 그래서, 결혼은 미친 짓일까요?
8년 전의 저에게 답을 해준다면, 이렇게 말해주고 싶어요.
응, 결혼은 어떤 면에선 미친 짓이 맞아. 두 사람만의 문제가 아니라 양쪽 집안이 얽히고, 준비 과정에서 안 겪어도 될 상처를 겪기도 하니까. 그때 네가 힘들었던 거, 엄살 아니었어.
근데 그 미친 짓을 같이 통과할 만한 사람인지, 그거 하나만 잘 고르면 돼. 화려한 조건이 아니라, 숨김없이 대화되는 사람인지. 싸워도 선을 지키는 사람인지. 내가 제일 초라할 때 옆에 있어도 괜찮은 사람인지.
정답은 없어요. 여전히 결혼이 정답이라고 우기고 싶지도 않고요. 다만 확실한 건, 좋은 사람 하나 잘 만나면 나머지 미친 짓들은 각주가 된다는 거예요. 그거 하나는 8년 살아보고 알게 됐어요.
자주 묻는 질문 (FAQ)
Q. 결혼 전에 딱 하나만 확인해야 한다면요? 설렘 말고 신뢰예요. "내가 제일 초라하고 힘들 때 이 사람 앞에 있어도 괜찮은가"를 물어보세요. 그 답이 '응'이면 신혼의 두근거림보다 훨씬 오래 가요.
Q. 예단·혼수 갈등, 어떻게 넘기셨어요? 솔직히 그때는 못 넘기고 많이 울었어요. 시간이 넘겨줬다는 게 정직한 답이에요. 지금 돌아보면 긴 결혼 생활에서 각주 하나 정도의 일이었지만, 그 한가운데 있을 땐 세상이 무너질 만큼 컸어요. 지금 그 시기를 지나는 분이라면, 그 감정이 당연하다는 것만 기억하셨으면 해요.
Q. 결혼하면 안 싸우게 되나요? 아니요. 다만 싸우는 횟수는 줄어요. 서로 어떤 사람인지 알게 되면 애초에 지뢰를 안 밟거든요. 저희도 초반엔 소소한 일로 크게 번졌는데, 지금은 크게 싸울 일이 거의 없어요.
함께 읽으면 좋은 글
'연애 심리 분석'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소개팅 준비물 체크리스트 TOP 7 - 첫인상 바꾸는 필수 아이템 (2026) (0) | 2026.07.29 |
|---|---|
| 소개팅부터 이별까지, 연애 심리 총정리 (버섯공주 연애 시리즈) (0) | 2026.02.15 |
| 아내가 되어 바뀐 것들|결혼은 나를 조금 더 사람답게 만들었다 (2) | 2026.02.14 |
| 결혼 10년 차 맞벌이 부부의 현실|우리는 전형적인 부부는 아니다 (4) | 2026.02.07 |
| 결혼생활, 정말 힘들까? '연애와 결혼'의 차이 솔직 후기 (0) | 2025.01.30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