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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할 수 밖에 없는 영화, 그대를 사랑합니다

· 댓글개 · 버섯공주

개인적으로 이 글을 '연애' 카테고리로 발행해야 할지, '영화' 카테고리로 발행해야 할지 아주 아주 심사숙고 했습니다. (쓰면서도 고민 중입니다) 이렇게 엉엉 울면서 영화를 본 것도 참 오랜만인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 슬프거나 감동적인 영화를 좋아하지 않습니다. 정확히는 좋아하지 않는다기 보다 그런 영화를 영화관에서 보며 엉엉 울고 있는 제 모습을 옆 사람에게 보이는 것을 싫어합니다. 감수성이 풍부해서(응?) 조그만 것에도 감정이입을 하고 눈물을 금새 보이다 보니 제 스스로가 저를 생각하기에도 참 민망하더라구요.

그런데 오늘 본 '그대를 사랑합니다'를 보면서는 전혀 민망하지 않더군요.

뭐 또 어김없이 눈물을 흘렸지만, 함께 이 영화를 본 직장 동료 모두가 울었고, 앞 뒤로 꺽꺽 소리 내며 우는 분들도 상당히 많았으니 말이죠. (하하)

영화에 대한 간략한 줄거리나 장르 자체부터가 딱히 큰 관심이 가지 않았던 영화였는데 영화를 보고 난 후의 파급력은 상당하네요. 영화 초반엔 일상 속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소소한 이야깃거리로 시작해서 피식피식 웃으며 여유 있게 봤는데 중반 이후부터는 줄곧 눈물을 훔쳐 닦기 바빴던 것 같습니다.

* 아래는 스포일러가 일부 있을 수 있으니 영화를 보실 분은 참고하세요 *

'당신을 사랑합니다'가 아닌, '그대를 사랑합니다'인 이유

우리 나이 쯤엔 여자한테 '당신'이라는 말은 말야. 여보 당신 할 때 당신이야. 당신이라는 말은 못 쓰지. 내 먼저 간 당신에게 예의를 지켜야지. 그대… 그대를 사랑합니다.

영화 속 김만석(이순재)의 대사입니다. 아내를 먼저 보내고 더 많은 세월이 흘러 다시 찾아온 사랑에게 '당신'이 아닌, '그대'라고 칭하는 이유이죠.

결혼 서약을 하고도 아내가 번듯하게 살아 있음에도 다른 여자에게 '당신'이라 속삭이고, '사랑해'라고 속삭이는 요즘, 이미 이 세상에 없는 사람임에도 그 사람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며 말하는 극 중의 김만석(이순재)은 나이에 걸맞게 너무나도 성숙한 인물로 그려졌습니다. 떠난 이에 대한 '사랑' 이전에 가장 기본적인 상대방에 대한 '존중'이라는 단어가 생각나더군요. 진짜 사랑을 하기 위해선 먼저 상대방에 대한 존중이 먼저 바탕이 되어야 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왜 그걸 몰라? 왜 그것도 몰라? 라고 묻기 이전에...

극 중, 김만석(이순재)가 송이뿐(윤소정)에게 편지를 주지만, 그녀는 글을 몰라, 까막눈이라 편지를 읽지 못한다고 고개를 떨구며 밝힙니다. 당연히 그녀가 글을 모른다고 밝혔으니 편지를 주지 않을 것 같은데, 이후 김만석은 그녀에게 다시 편지를 전달해 줍니다.
대체 어쩌자고?! +_+ 조심스레 그녀가 편지를 펼치자 글로 쓰여진 편지가 아닌, 그림으로 쓰여진 편지가 드러났습니다.

그 장면에서 다시금 '아! 역시!' 라는 감탄이 절로 나오더군요.

글을 모른다고 했을 때 김만석은 송이뿐에게 "아니, 글도 못읽어요?" 라는 반응이 아닌, 그녀가 이해할 수 있는 다른 방법을 찾아 전달할 방법을 찾아냅니다. 그리고 상대방이 바뀌길 기대하기 이전에, 자신이 먼저 바꾼 셈이죠. 그리고 송이뿐도 그녀 나름, 노력합니다. 자신의 부족한 부분을 채우기 위해서 글을 배우죠.

사람이 죽었는데 '호상'이라니!

사회생활을 하며 장례식을 몇 번 찾아 간 적 있습니다. 그럴 때마다 종종 한 켠으로 듣곤 했던 이야기. "그래도 병원비 때문에 장남인 김씨가 고생을 얼마나 많이 했는데, 김씨에게 잘된 일이지. 나름 호상이야." 나이가 많은데다 잦은 병치레로 병원 신세를 지고 있던 한 분의 부모님이 돌아가시자 장례식장에서 오가는 말을 듣고 '헉' 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잘된 거지' 라는 표현에서 말이죠. 그런데 영화 속에서도 현실 속에서 듣곤 했던 말을 고스란히 들려 주더군요.

"군봉아! 이놈들이 너보고 호상이란다! 늙어서 죽으면 다 호상인가? 사람이 죽었는데, 호상이란다!"

사람이 죽었는데 호상이 어디 있냐는 말이 너무 와 닿아서, 너무 안타까워서 울고 또 울었습니다. 호상. 사람이 죽는데 잘 죽는 게 뭘까요? 늙어서 죽으면 다 호상일까요? 정말 함부로 '호상'이라는 단어를 쓰는 게 아니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는 지금 죽어도 아무렇지 않은 나이였다.' 라는 독백에선 부모님 생각이 나서 더 마음이 아팠던 것 같습니다.

눈이 퉁퉁 부운 채로 영화관을 나오며 제일 먼저 한 일은 남자친구에게 전화 걸기.

"이거 혼자 보기 너무 아까워. 오빠랑 같이 봤어야 되는 영화인데 말이야."
"그래? 왜?"
"영화를 보고 나오자 마자 오빠 얼굴이 떠올랐어. 오빠 얼굴, 부모님 얼굴, 사랑하는 사람들. 더 잘해야 겠다는 생각이 드네."
"우와. 그렇게 감동적이야?"

남자친구와 통화를 하며 짧게나마 영화의 스토리를 들려 주었지만, 영화를 보지 못한 남자친구에게 이 감동을 고스란히 전달해 주기엔 무리가 있더군요. 함께 보지 못한게 너무 아쉽더군요. 정말 사랑하는 부부, 사랑하는 연인이 함께 보면 더 큰 몇 배의 감동을 느낄 수 있을 것 같아요.

영화를 보는 내내 '아, 맞아! 이게 진짜 사랑이지!' 라는 생각을 한 것 같습니다. 사랑에 대한 의미를 다시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된 것 같습니다. ㅠ_ㅠ 어흑. 아직까지 여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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