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주를 믿으시나요?
혹은, 착한 사람은 복을 받고 악한 사람은 벌을 받는다는 이야기는 믿으시나요?
Blackfield by photographer padawan *(xava du)
“전 사주를 믿지 않았습니다-“ 라고 표현해야 할지, “믿고 싶지 않습니다-“ 라고 해야 할지, “믿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라고 표현해야 할지 그 애매한 경계선을 뭐라 표현해야 할 지 모르겠네요.
어렸을 적, 부모님의 이혼은 하나의 큰 충격으로 다가왔고 새엄마와 아버지, 그리고 동생과 저 이렇게 힘겹게 하루하루를 보내왔습니다. 열 세 살의 어린 나이에 겪은 일이었기에 부모님의 이혼은 상당한 충격이었지만, 솔직히 이혼에 대한 충격보다 이혼을 하는 과정 속의 고통이 더욱 컸던 것 같습니다. 두 분의 잦은 싸움은 자식 된 입장에선 더욱 애가 타거든요. 무척이나 조용하고 소심했던 성격이었기에 두 분의 싸움의 중간에 서서 말리지 못했던 과거의 제 자신에게도 무척이나 후회를 하곤 했습니다.
법원 판결에 따라 양육권을 가지고 있는 아버지를 따라 새엄마와 함께 생활했습니다. 처음에는 새 집, 새 책상, 새 침대, 모든 것들이 좋기만 하더군요. (철이 너무 없었나 봅니다)
시간이 흐름에 따라 우는 날이 많아졌고, 새엄마의 이런 저런 요구에 맞춰 행동하는 것이 어린 나이에 견디기가 점점 힘들어졌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새엄마가 동생과 저를 불러 앉히고선 말씀하시더군요.
“너희 둘 입장에선 당연히 아버지와 어머니를 갈라 놓은 여자로만 느껴질 테니, 나에게 정이 가지 않는 것은 당연 할 것이다. 하지만 나의 입장도 이해해 주길 바란다.”
말씀 중 인상적이었던 것은, 아버지를 만나게 되는 과정에서 새엄마의 어머니(새외할머니라고 해야 하나요)가 아버지와 새엄마의 사주를 보고 돌아오시면서 너(새엄마)가 죽을지도 모른다고 하는데도 재혼을 꼭 해야겠냐는 말을 하셨다고 하네요.
솔직히 전 사주를 믿지 않습니다.
얼마든지 개척할 수 있는 인생이며, 마음먹기에 달렸다고 생각하는 성향이 깊습니다. 새엄마와 아버지 사이에서 생활을 해 오다가 결국 새엄마의 이런저런 요구에 이기지 못해 동생과 저는 그 집을 나와 친어머니 곁으로 돌아왔습니다.
단칸방에서 생활하고 계셨던 어머니 곁으로 돌아오고 나서도 몸은 힘들었지만, 마음은 그 어떤 때보다 따뜻하고 포근했습니다.
새엄마는 지금 이 곳에 계시지 않습니다.
한낮의 교통사고로, 한편의 드라마처럼 갑작스레 세상을 떠나셨네요.
서로를 미워하고 증오했던 그 마음. 결국 이렇게 끝나버리네요.
사주를 믿으시나요?
사주카페 by michael-kay
전 기독교이기 때문에 사주는 믿지 않습니다- 라고 말하기엔 새엄마의 갑작스러운 죽음 때문인지 더욱 뭔가 응어리 지는 기분입니다. 이미 6년 전의 일임에도 불구하고 말이죠.
새엄마의 잦은 모욕과 친어머니를 만나지 못하게 하는 그 상황 속에서 그저 평범하게 자라고 싶었던 조그만 여자아이로서, 한 딸로서 많이 힘들어 하고 아파했었습니다. 차라리 엇나갈까- 라는 생각마저 들었었죠.
시간이 흘러 지금은 웃으며 이야기 할 수 있는 이 과거가, 한 때는 무척이나 쓰라린 고통이었고 눈물이었습니다. 요즘 너무 힘들다며 사주나 보러가자고 이야기 하는 친구를 마주하고 나니 이런 글을 쓰게 되네요.
“사주가 맞다- 그르다-“ 를 떠나 현 주어진 상황을 즐기고 사랑하세요.
힘드신가요? 웃으세요- 앞으로의 일은 그 누구도 장담할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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