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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를 구입한지 3일만에 잃어버린 이유

· 댓글개 · 버섯공주

처음 자전거를 배울 때만 해도 겁에 잔뜩 질려 두 발 자전거는 절대 못 타겠다며 투정을 부렸습니다. 일곱 살. 적다면 적은 나이. 많다면 많은 나이. "두 발 자전거 타서 저 앞에 보이는 전봇대까지 가면 예쁜 인형 사줄게." 짓궂은 삼촌의 꾀에 넘어가, 더 정확히는 그 예쁜 인형에 넘어가 두 발 자전거를 배웠습니다.

두 번 정도 넘어지고 나니 문득 바로 눈 앞을 보는 것이 아니라, 보다 먼 곳을 보고 나아가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고는 세 번 만에 바로 중심을 잘 잡으며 자전거를 탔습니다.

삼촌도 말을 그렇게 내뱉었지만, 막상 그렇게 바로 타게 될 줄은 생각 못했었나 봅니다. 나중에서야 들은 이야기지만, 당시 삼촌이라고 부르긴 했었지만 고등학생이었던 막내 삼촌.없는 용돈을 탈탈 털어가며 저에게 예쁜 인형을 선물해 준 것이더군요. (그러게 왜 그런 약속을…) 덕분에 지금은 자전거라면 무척이나 능숙하게 잘 타죠. (한 손 놓고 타는 것쯤이야. 두 손 놓고 타는 것도 뭐…)

제가 하고픈 이야기는 이러한 '자만'으로 인해 자전거를 구입한지 3일 만에 잃어버린 4 년 전의 안타까운 사건을 이야기 하고자 합니다.

지방에서 서울에 올라와 생활하면서 감탄사를 여러 번 내뱉었던 것이 바로, 너무나도 잘 조성된 자전거 길이었습니다. 학생일 때는 자전거를 갖고 싶어서 욕심 내다가도 자취를 하고 있는데다 한 달, 한 달 아르바이트를 하며 용돈을 모으고 생활비를 충당하고 학비를 마련하는데도 빠듯한데 너무 큰 욕심을 부리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에 직장생활을 시작하면 "꼭 한대 뽑자!" 라며 벼르고 있었죠. (남들은 차를 뽑지만 그 와중에 전 자전거를 한 대 뽑을 생각을…)

그리고 정말 직장생활을 시작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저의 바람대로 한 대 뽑았습니다.

문정역 인근에서 자취를 하고 있었고, 회사는 삼성역에 위치해 있어서 자전거를 타고 오가기 딱 좋은 거리라는 생각이 들어 이른 아침 출근은 자전거로 하자! 라고 생각을 했죠. 체력 하나만큼은 누구에게 뒤쳐지지 않을 정도로 강하다고 자부했던 터라 힘들지도 않았고 하루하루 출근길이 너무 즐거웠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여느 때처럼 탄천길을 따라 출근을 했습니다.

삼성역 인근으로 쭉 이어진 탄천길

귀에는 이어폰을 꼽고 제가 좋아하는 음악만 리스트업 해선 흥얼거리며 자전거를 타고 새벽 바람을 맞으며 출근했죠. 마침 전 날, 비도 꽤 많이 왔던 터라 그 날은 날씨도 더욱 화창하고 탄천도 유독 졸졸졸 거리는 물 흐르는 소리가 기분이 좋더군요.

특히, 매번 출근 할 때면 많은 사람들에 휩싸여 내가 스스로 걸어가는 건지, 떠밀려 가는 건지 알 수 없을 정도로 혼잡한 출근길이었는데 자전거에 몸을 맡기고 한 쪽에는 탄천이 흐르고 한쪽에는 꽃과 나무들이 저를 반겨주니 너무나도 기분이 상쾌하고 좋았습니다. 정말 세상을 다 가진 것 같은 행복감을 느끼기에 충분했습니다.

요즘엔 이러한 길이 곳곳에 잘 마련되어 있는 듯 합니다

그렇게 '좋다! 좋다!' 를 몇 번 외치며 가던 중, 음악이 흘러 나오던 한쪽 이어폰이 살짝 헐렁해짐을 느껴 자전거 손잡이를 잡고 있던 오른쪽 한 손을 들어 이어폰을 다시 잘 꼽으려 했습니다. (두 손을 놓고도 자전거를 잘 타는 편이라 한 손을 놓고 자전거를 타는 것에 대해서는 별 의식할 것도 없었죠.)

그런 순간, 문득 저를 보니 제가 탄천에 '풍덩' 빠져 있었습니다. 자전거는 물론이거니와 제 옷과 MP3까지 모두 흙탕물에 젖어 난리도 아니더군요. 두 손을 놓고도 자전거를 잘 타는 내가! 그렇게 균형감각이 뛰어난 내가! 네… 그런 자만심에 빠져 주의를 기울이지 않다가 순식간에 이러한 일을 당했습니다.

다른 곳을 가던 것도 아니고 출근 하던 길이었던 터라 무척이나 당황스러웠습니다. 입사한지 1년도 되지 않았던 때라 혹여 지각을 하진 않을까 불안해 하며 자전거도 내팽개치고선 냉큼 택시를 잡고 집으로 돌아가 씻고 옷을 갈아 입을 생각만 가득 했습니다. '설마 흙탕물에 빠져 이렇게 더러워진 자전거를 그 사이 가져가거나 하진 않겠지.' 라는 생각에 나름 숨겨 둔답시고 물이 졸졸 흐르는 탄천에 그대로 잘 눕혀 놓고서는 풀로 나름(?) 잘 덮어 두고선 집으로 돌아가 옷을 갈아 입고 출근했습니다. 덕분에 입사한 이후, 첫 지각을 했습니다.

회사 업무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던 길, 오전에 자전거를 눕혀 두었던 그 곳으로 달려가 보니 이미 흔적도 없이 자전거는 사라져 있더군요. 그래도 나름 자물쇠를 걸어 뒀는데 말입니다. 어떻게 그걸 들어서 고스란히 통째로 옮겨 간 건지… 아직까지도 저에겐 미스터리입니다. 그렇게 제가 큰 맘 먹고 한 대 뽑았던 저의 애마는 사라졌습니다. 단 3일만에 말이죠.

당시를 다시 돌이켜 보면 자전거가 문제가 아니라 그 번화가에서 흙탕물에 홀딱 젖은 채로 택시를 잡으려 애썼던 제 모습이 시트콤의 한 장면 같았을 텐데 주위 사람들의 시선엔 아랑곳 하지 않고 오로지 무사출근, 무사자전거만을 기원하며 행동했던 것 같네요.

종종 길을 가다 자전거를 볼 때면 그때의 일이 생각나 '피식' 웃음이 나오곤 합니다. 자전거에 얽힌 잊지 못할 에피소드로 두고두고 기억에 남을 듯 합니다. 

+ 덧붙임) 괜한 자만심으로 자전거 두 손 놓고 타기, 혹은 한 손 놓고 타기는 절대 하지 않할거에요. +_+ 자전거도 차 못지 않게 조심 또 조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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