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활을 위해 지방에서 서울로 처음 발을 내디뎠을 때의 그 날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지방에서 서울에 발을 딛자 마자 가장 먼저 한 것은 아마도 '어설픈 서울말 따라 하기'가 아니었나 생각됩니다.
다소 무뚝뚝하면서도 거센 어투의 경상도에 오랫동안 머물고 있다 보니, TV 드라마에서 접하는 서울말을 듣고 있으면 절로 마음이 사르르 녹아 내리는 듯 했습니다. 그런 드라마 속 서울말을 직접 서울에 와서 접하게 되니 그저 저에게 인사를 건네는 분들만 봐도 약간의 '과장'을 보태어 심장이 두근거렸습니다. (꺅!) 서울말을 쓰는 여자분들은 너무나도 예뻐 보였고, 서울말을 쓰는 남자분들은 너무나도 멋있어 보였습니다. 더불어 드라마 속 주인공이 화를 내는 장면이 나와도 "에게, 저게 화 내는 거야? 더 세게 나가야지!" 라는 생각을 했으니 말이죠. 워낙 서울말의 어감이나 말투 자체가 부드러워서 그런가 봅니다.
"그래도 예뻐!"
서울에 머문 지 10년이 다 되어 가고 있음에도 툭툭 튀어나오는 경상도 억양은 숨길 수가 없는 듯 합니다. 간혹 남자친구와 말다툼을 하다가도 남자친구의 말 한마디에 gg를 선언합니다.
"내가?"
"응. 거봐. 너가 흥분해서 말하니까 사투리가 나오잖아."
"내가 언제? 나 사투리 안 썼어."
"거짓말. 너 좀 전에 흥분해서 사투리 썼어."
(이거야 원. 말다툼 하는 와중에 사투리 썼다고 중간에 말을 낚아 채어 버리니 다음 싸움이 진행되지 않습니다;)
20여 년 가까이 머물러 왔던 제가 살던 고향을 벗어나 많은 사람들을 만나면서 가장 먼저 바뀐 것은 제 말투, 그리고 저의 시각입니다. 제가 지금 쓰고 있는 말투가 서울말인지, 경상도 사투리인지, 강원도 사투리인지, 어느 지역의 말인지 긴가 민가 하는 때가 있습니다. (-_-;;; "난 어느 나라 말을 하고 있는 거니?") 그리고 기존의 좁은 시각에서 보다 더 큰 세상을 볼 수 있는 안목이 생긴 듯 합니다.
우선 제 말투와 저의 시각을 변화 시키게 된 큰 계기가 바로 대학교 기숙사 생활입니다. 기숙사 생활을 하면서 이런 저런 지역의 많은 친구들을 만나면서 새로운 정보를 많이 얻었습니다.
"우린 순대 된장에 찍어 먹어"
"우린 막장! 쌈장이라고 해야 하나?"
"근데, 서울에선 소금에 찍어 먹잖아"
"나 진짜 깜짝 놀랬어. 소금에 찍어 먹다니!"
요즘에도 종종 기숙사 생활을 했던 친구들과 대학교 동기들을 만나 이런 저런 이야기들을 나누곤 합니다. 제 바람은 한국에서 벗어나 좀 더 자유롭게 여러 나라의 문화를 접하는 것인데요. (지금 실제 그렇게 하고 계시는 분들이 있죠. 부러워요. +_+)
가만히 생각해 보면 한국의 여러 지역의 다양한 문화를 먼저 접해 보는 것도 재미있는 여행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보다 더 많은 친구들을 만나면서 말이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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