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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갱" 이른 아침, 살견미수 사건 발생

그야말로 "개고생"이군요-_-


매일 아침 5시 50분 무렵에 눈을 뜨는 저와 같은 방에서 자는 동생은 저와 달리 8시쯤 되어서야 눈을 뜨기 때문에 (대학생인 여동생의 여유라고 해 두죠) 아침이면 동생이 깰까 조심스레 자리에서 일어납니다. 이른 아침이다 보니 어둡지만 늘 그렇게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욕실로 향하죠.

익숙한 일상이기에 그 날도 어김없이 자리에서 살포시 일어났습니다. 그렇게 일어나는 순간, 발에 밟히는 묵직한 뭔가와 함께 들리는 소리 "깨갱" 앗, 이 소리는?!

실수로 캔디(집에서 키우는 사랑스러운 애견 시츄입니다)의 꼬리를 밟았나 싶어 냉큼 불을 켰습니다. 헌데 좀처럼 눈을 뜨지 못하는 이 녀석. 다리 쪽에서 자고 있던 캔디를 제가 밟은 것 같았습니다. 그것도 꼬리나 다리가 아닌...

다름 아닌, 머리 쪽을 밟았...

"어머, 어떡해... 캔디야... 캔디야..."

출근 준비로 분주한 시간인데도 머릿속이 하얘지고 멍해지더군요. 이런 저와 달리 막상 아픈 캔디는 그래도 좋다고 애써 꼬리를 흔들며 못뜨는 눈을 애써 힘주며 부릅뜨고 있었습니다.
그래도 출근은 해야 하기에 동생에게 부탁을 하고 부랴부랴 준비하고 출근했습니다.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사람이었으면 살인미수야- 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강아지니 살견미수- 가 되는건가요?

평소 항상 머리맡에 와서 자거나 팔을 배게 삼아 자던 녀석이라 예상치 못한 상황에 놀랍기도 하고 상당히 당황스럽더군요. 제가 출근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가까운 동물병원으로 캔디를 데리고 다녀왔다고 하더군요. 

오른쪽 눈을 뜨지 못하는 것이 보이시죠?


문제는 외부 충격으로 인한 각막 손상. 경과를 지켜 보다 심하면 수술해야 할 것 같다는 말까지 들었다고 하니. 그 순간(2초)의 실수로 인해 캔디의 목숨을 좌지우지했군요. 좀 더 충격이 심했으면 홍채까지 영향을 미쳐 실명의 위험도 있었다고 합니다.

퇴근 후, 집으로 와서 보니 깔대기 처럼 얼굴 부위를 막아뒀더군요. 가끔 TV를 통해 고양이가 이처럼 하고 있는 것을 보곤 했는데 막상 캔디가 하고 있는 모습을 보니 상당히 안쓰러웠습니다. 
네- 다 저의 불찰입니다- 흑-
 

"이게 다 너 때문이다"


캔디를 무척이나 예뻐하는 동생과 어머니에게 크게 혼났습니다.

"너의 큰 덩치로 이 조그만 아이를 밟으면 어쩌자는 거냐?"
"정말 죽을 뻔 했네. 어휴"
"캔디는 조용히 잘 자고 있다가 무슨 마른 하늘에 날벼락인가 했겠구나"

다음 날(토요일), 동물병원이 오픈하는 10시에 맞춰 캔디를 데리고 집을 나섰습니다. 2주간 부지런히 동물병원을 오가게 될 듯 하군요.

동물유기 조장하는 애완동물 진료 부가세 반대!라는 문구가 인상적입니다


"여기는 어제 왔던 곳이 아닌가?!"


캔디가 좀처럼 응시하고 눈을 떼지 못하길래 봤더니 역시나, 간식이 잔뜩-

병원 의사 선생님이 말씀하시길, 2주간은 지속적으로 나와야 할 것 같다고 말씀하시더군요.
다행히 경과가 좋아 수술까진 하지 않아도 될 듯 합니다.

주사를 맞고 안약과 먹는 약을 받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캔디야 화장실 가자"

화장실 가자는 말에 쪼르르 화장실로 가서 볼일을 보는 캔디.
 
"캔디야 약 먹자"

약먹자는 말에 쪼르르 도망가기 바쁜 캔디.
자신의 덩치보다 훨씬 큰 보호대를 하고서 걷는 뒷모습을 보니 그리 안쓰러울 수가 없습니다. 저의 한 순간의 실수로 인해 2주 가까이 보호대를 하고서 힘들게 지내야 하는데 아는 건지 모르는 건지 마냥 저를 보고 좋다고 꼬리를 흔들고 반갑게 맞아 주니 미안하고 또 미안하더군요.

5년 가까이 함께 해 온 가족과도 같은 존재. 오래오래 우리 가족과 함께 행복하게 머물러 줬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너무 미안하고 미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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