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교 4학년. 졸업학점을 가득 채우고서 '드디어 졸업이다!'라는 홀가분한 마음보다는 하루 빨리 취직을 해야 한다는 조급함과 갑갑함 속에 지냈던 것 같습니다. 7년이 지난 지금, 돌이켜 생각해 보면 그리 조급함을 느낄 필요가 없었고, 그 정도로 스트레스 받을 일이 아니었는데… 그 땐 왜 그리도 취직이 제 인생에 아주 중대한 일처럼 다가왔는지 모르겠습니다.

 

이력서를 쓰고 면접을 볼 때면, 한결 같이 대기업이건 중견, 중소기업이건 공통적으로 받는 질문이 있었습니다.

 

"술 잘 마시는가? 주량이 어떻게 되는가?"

 

처음엔 "술을 잘 못합니다."라고 대답했지만, 나중엔 "취할 정도까지 마셔보지 않아 정확한 주량을 모르겠습니다."라고 대답했습니다.

 

우연이라고 하기엔 너무나 신기할 정도로 그 질문에 이렇게 대답을 바꾸고 나니 뚝뚝 떨어지던 면접단계에서 줄줄이 합격을 하는 것을 보고 문제는 주량이었던건가- 하는 생각에 씁쓸해 지기도 했습니다. -_-;


입사 후, 7년이 지나 당시 면접관이셨던 임원분을 뵐 때면 듣곤 하는 말이 있습니다.

 

"취할 정도까지 마셔보지 않아 정확한 주량을 모른다고 하길래, 정말 술을 잘 하는 줄 알았어. 거짓말쟁이!"
"에이, 거짓말은 아니죠. 취할 정도로 마셔보지 않은 건 사실인걸요?"

 

제가 다니고 있는 회사는 다행히 술을 강요하는 분위기가 아닌지라, 좀 더 편안한 분위기 속에 회식자리를 갖곤 합니다. 제겐 너무 다행인 일이죠.

 

남녀심리,연애심리

 

저처럼 술을 못하는 친구가 있습니다. 주말에 만나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는데요. 직장 상사가 본인에게 한 말이 너무 충격이라고 들려주더군요.

 

"이봐. 김대리. 난 김대리가 왜 여태까지 연애를 못해봤는지 알 것 같아."
"네?"
"그런 식으로 술 못 마신다고 빼지 말고, 술을 마셔봐. 일부러 취한 척 남자한테 흐트러진 모습도 보이고 그래야 남자가 접근할 거 아냐. 자, 마셔봐."

 

술을 마시고 남자 앞에서 흐트러진 모습을 보여야 연애도 할 수 있는 거라며 술을 강요했다는 직장 상사. 그런데 그 직장상사는 중요한 사실을 간과하고 있는 듯 합니다.

 

하나. 흐트러진 모습을 노리는 '나쁜 놈'도 있다

 

술자리에서 자고로 여자는 흐트러진 모습도 보이고 틈을 보여야 한다는 직장상사. 응? 누구 좋으라고? 요즘처럼 사건사고가 많은 때에 술 마시고 남자 앞에서 흐트러진 모습을 보이라니. -_-; 세상을 너무 아름답게 보고 있는 건 아닌지.

 

술에 살짝 취해 애교를 부리는 여자를 보고 단순히 귀엽다, 매력적이다, 라고 생각하는 남자도 있지만 가볍다, 쉬워 보인다, 라고 생각하는 남자도 있습니다. 개인적으론 후자의 경우가 훨씬 많지 않을까 싶은데 말이죠. -.- (나 너무 세상을 나쁘게만 보고 있는 건가?) 흐트러지면 남자가 접근하겠죠. 하지만 착한 놈인지 나쁜 놈인지는 복불복.

 

남녀심리,연애심리

 

거기다 일부러 취한 척 남자에게 의도적으로 접근하는 나쁜X도 있다는 거.

 

둘. 진심이 왜곡될 수 있다

 

분명, 술자리를 가지면 평소 (맨 정신에서 보던) 상대방의 모습과는 다른 모습을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색다르긴 합니다. 평소 조금은 어색하고 서먹했다면 술자리를 통해 좀 더 가까워지기도 하니 말이죠. 그런데 이 술에 지나치게 의존하면 '이성'을 '본능'이 지배해 전혀 의도하지 않은 사건이 터지곤 합니다. 좋아하는 감정, 호감에서 시작해야 할 '연애'가 본능에 충실한 '연애'가 될 수 있기 때문이죠.

 

딱히 만나면 할 이야기가 없고, 할 게 없다며 술자리로만 직행하던 한 커플은 술자리에 이어 잠자리를 당연한 코스로 여기더군요. 만나기만 하면 '술자리>잠자리' 무한반복을 하더니 얼마 못 가 (모두의 예상대로) -_-; 금새 헤어졌습니다. 남자는 지인들에게 '나는 술을 좋아하지 않는데, 여자가 술을 너무 밝힌다'라고 소문을 내고, 여자는 지인들에게 '남자가 지나치게 잠자리를 요구한다'라고 소문을 내고.

 

소문만 무성할 뿐. 정말 두 사람은 서로에게 어떤 존재였을까? 의문입니다.

 

'술에 취하면 세상이 아름다워 보인다'는 말보다 '당신과 함께 있어 세상이 아름다워 보인다'는 말을 더 듣고 싶고, 믿고 싶습니다.

 

+덧) 술을 못해서 연애를 못하는 거라고? -_-? 이런 이상한 논리를 들먹이며 강제로 술 먹이려 들지 말고! 좀!


  1. Favicon of http://loanbanking.tistory.com BlogIcon 베지터스 2012.09.26 09:04 신고

    ^^ 재밌게 봣어요..
    저는 술을 마실줄은 아는데..
    거의 마시지 않는편이거든요..
    자연스레.. 짝꿍도 술을 안마십니다..
    여행이나 스포츠로 여가생활을 즐기는편이에요^^
    술구경한지 오래됬는데.. 재밌는글 감사합니다~
    블로그가 참 깔끔하고 예쁘네요^^

  2. Favicon of http://life-lineup.tistory.com BlogIcon +요롱이+ 2012.09.26 10:11 신고

    흥미롭게 잘 보구 갑니다..!!
    아무쪼록 평안한 하루 되시기 바래요..^^

  3. Favicon of http://neblog.com BlogIcon 사자비 2012.09.26 11:28 신고

    흐트러진 모습도 실은 단련이 필요한거 같아요. 어느정도 이미지는 만들어 나가는 면도 있으니까요. 그러니까 평소에 어떤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가도 중요하고, 어떤 경우는 절대 흐트러진 모습을 보여선 안되는 분도 계실꺼구요. 다만 일반적으로 아주 잠시 슬쩍만 보여주는건 인기 관리에는 좋은거 같더군요. 딱 보면 진짜 취한건 아니구요. 정말 진짜 취하고 흐트러지면 상당히 안좋죠. 이미지 순간적으로 확 망가지구요.

  4. Favicon of http://simglorious.tistory.com BlogIcon 도플파란 2012.09.26 11:50 신고

    술은 저도 잘 하지 못하지만.. 요령있게 마시는 편이죠...
    술을 못해서 연애를 못하는건 아니죠..

  5. Favicon of http://blog.ibk.co.kr BlogIcon SMART_IBK 2012.09.26 13:31 신고

    술은 강요하면 안딥니다! 절대! 자연스러운 분위기 속에서 친해지는 건 조아요^^ 근데 분위기 못 맞추는 사람은 사실 비호감이긴 하죠? ㅎㅎㅎ 냉정한 사회 ㅋ

  6. Favicon of http://www.walkview.co.kr BlogIcon 워크뷰 2012.09.27 07:20 신고

    술을 못한다고 연애를 못하는건 아니랍니다^^

  7. Favicon of http://seamyung.tistory.com BlogIcon 세명크린 2012.09.27 08:34 신고

    재미있게 잘 봤습니다.
    즐거운 하루 되세요 ^^

  8. Favicon of http://areadi-music.tistory.com BlogIcon 아레아디 2012.09.27 10:31 신고

    흥미롭게 읽고 갑니다~
    평온한 하루 되셔요~

  9. Favicon of http://aduyt.tistory.com BlogIcon 어듀이트 2012.09.27 11:28 신고

    재밋고 보고 가요`
    즐건 하루 되세요~

  10. 2012.09.27 13:35

    비밀댓글입니다

  11. Favicon of http://oasis0924.tistory.com BlogIcon 해피선샤인 2012.09.27 14:15 신고

    술을 못 마시면 연애를 못한다니... 무슨 망발은...ㅋㅋ
    이 말한 분 얼굴 한번 보고 싶네요..